[인사이드]현대차, 中서 살아나려면

머니투데이 성화용 시장총괄부장 겸 산업부 부장급기자 2007.08.24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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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98,000원 ▲8,500 +2.94%)그룹은 과연 '중국'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중국시장 판매량이 작년에 비해 20% 가까이 줄었다. 7월만 보면 1년 전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고 중국내 판매순위는 작년 4위에서 8위로 쳐졌다. 그나마 딜러들에 보조금 지급을 시작해 11위까지 떨어진 순위를 끌어올려 그 정도다.

급기야 베이징현대차는 출근 시간을 앞당기고 휴일에도 근무하는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지만 별 무소용이다. 중국 전역의 현대차 딜러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숫자로 나타나는 것 보다 현지에서 느끼는 위기감이 훨씬 크다고 한다. 베이징의 지인은 "이러다가 문 닫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돌 정도"라고 전해왔다. 한 때 '현대차 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중국시장에서 바람을 일으켰던 현대차의 급전직하가 놀랍고 두렵다.



원인분석에 들어가면 더욱 암담해진다. 현대차가 모델 2~5년전 모델 쏘나타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에서 맴돌고 있는 동안 토요타는 2008년형 캠리와 코롤라를 내놓았다. 폭스바겐, 혼다 등 중국시장에서 잘 나가는 완성차 업체들은 모두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무기를 전선에 투입하고 있다.

그렇다고 현대차가 가격에서 비교우위를 누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시장에서는 이미 작년부터 10여개사, 수십종의 자동차 모델들이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평균 10%씩 가격을 내리는 동안 현대차는 고고하게 자존심을 지키며 버티다가 결국 지난 5월이 돼서야 딜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우회 할인에 들어갔다.



중국 로컬 기업들의 값싼 모델과 경쟁하기에는 너무 비싸고, 독일?일본차들과 경쟁하기에는 명성과 품질에 손색이 있을 뿐더러 가격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대차의 실패 징후는 이미 지난해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실적이 숫자로 드러나기 전까지 '경고음'이 제대로 울린 적이 없다. 신차 투입과 가격 정책에서 실기 했는데도 '이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인 사람이 없다.

중국 진출 초기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둬 자만에 빠졌다는 얘기도 있고, 설영흥 부회장 등 중국사업을 지휘하는 수뇌부의 권위와 폐쇄성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동차의 품질과 생산성만 따질 뿐 마케팅을 너무 모른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설 부회장은 최근 "내년 10월 이후 중국시장에서 3-4위권으로 다시 올라설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중국형 아반떼와 쏘나타 신모델이 나오고 저가 베르나 등으로 라인업을 갖추게 되니 승부할 만 하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시장 변화를 못 읽어 기회를 놓친 데 대한 철저한 자기 비판과 반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현대차그룹의 중국사업은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건 자동차의 품질과 가격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2004년과 2005년 중국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현대차가 불과 1년여 만에 이 정도로 추락했다면, 내년 말 제 궤도에 올라서더라도 언제 다시 굴러떨어질지 모른다.

현대차 그룹이 신차투입과 가격인하에 앞서 해야할 일은 실패의 책임을 묻고 중국시장에 대한 새로운 적응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현대차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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