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진통제 처방, 나쁘진 않다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7.08.2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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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대증(對症)'요법...즐기는 것도 방법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전세계 금융시장의 폭풍이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금리인하라는 진통제를 놓기도 전에, 놓을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 앓아 누웠던 많은 증시들이 벌떡 일어났다.

풀어 말하면, 신용경색의 공포가 전세계 증시를 강타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즉각 유동성 투입과 재할인율을 50bps 낮추며 대응했고, 이는 곧바로 전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으로 이어졌다.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많은 주장들이 있지만, 일단 진통제의 효과는 탁월했다.

그러나 이같은 진통제가 결국 독이 될 것이라는 주장 또한 거세다. 실제 문제의 핵심은 고스란히 남긴 채 진통제만 투여하는 '대증(對症)'요법이 결국 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문제제기다. 진통제 해법은 정말 나쁜 것일까.



실제 이같은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밌는 사실은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자 화살이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으로 돌아갔다는 것. 20년에 달하는 롱런 기간동안 '금리인하'라는 대증요법으로 미국을 골병에 들게 만들었다는 책임론이다.

하지만 상황이 다시 금리인하 가능성으로 진정되면서 이같은 책임론도 다시 사그라졌다.

달러가치의 급격한 하락과 경상수지 악화 등등. 그린스펀에 대한 이같은 비판론은 그의 재임기간 중에도 여지없이 등장했지만, 금리 인하 후 상황이 호전되면서 다시 사라졌다.


그린스펀과 한솥밥을 먹었던 버냉키 역시 '헬리콥터 벤'(2003년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면 디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다'는 이론을 정책적으로 주장)으로 불릴만큼 금리인하에 너그러운 인물이다.

반복의 반복이다.



전세계 금융시장이 당장 무너질 것 같았지만, 다시 진통제 효과로 일어서고 있다. 과거 사례만 보면 증시는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그 한계는 머지 않아 찾아오겠지만, 그 동안에는 다시 즐기는 수 밖에 없다.

미국이야 그렇다치고, 한국시장의 경우 전일 말했다시피 상승 쪽에 무게감이 실린다.

실제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병세와는 큰 연관이 없는데다, 그 병세마저 다시 진정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국증시의 든든한 배경으로 여겨지는 중국증시를 보자.

전세계가 신용 경색 위기에 빠졌는데도 중국은 전일 올들어 네번째로 금리를 인상했다. (한국의 경우는 좀 쌩뚱맞게 신용경색 위기 직전에 이뤄졌지만)

서브프라임과 같은 외부악재에 요란을 떨지 않고,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서브프라임 폭풍이 닥친 후 외국계 금융사들은 앞다퉈 '이머징마켓은 양호하다'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아시아 금융시장을 강타했지만 아시아 실물경제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피델리티는 "한국시장은 여전히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다. 기업 실적 상향 추세와 경기 확장 등 펀더멘털이 견고하다"고 밝혔고, 최근 서브프라임 이슈에 대해서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템플턴도 수석펀드매니저인 마크 모비우스가 나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신용경색 우려에 따라 이머징마켓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머징마켓 펀더멘탈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밝혔다.



외인은 어짜피 떠나겠지만, 그렇다고 지난주처럼 앞뒤 안가리고 미친듯이 팔아제끼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을 것 같다.

여전히 한국증시는 상승에 베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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