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인수전, 현대重 의지가 관건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7.08.2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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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매수권 갖고 있어 GS칼텍스·롯데보다 우월한 지위

현대오일뱅크 인수전은 결국 현대중공업 (158,800원 ▲1,300 +0.83%)의 의지에 따라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인수전에 참여한 GS칼텍스, 롯데그룹, 미국계 코노코필립스 등이 우선협상대상자인 것과 달리 현대중공업은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GS칼텍스, 롯데그룹, 미국계 코노코필립스 등이 매각가격만 올려 놓는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들러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조선·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의 대주주인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투자회사인 IPIC로부터 투자유치를 하면서 현대중공업이 '우선매수권'을 갖기로 합의했다. 현대중공업은 '비밀유지'를 들어 이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것.

우선매수권 조항에 따라 IPIC가 당초 현대중공업에 인수제안을 했지만 가격격차로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후 IPIC는 공개입찰 방식으로 선회했다.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현대중공업에 우선매수권을 쓸 것인지 여부를 조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10일 인수제안서를 마감했던 IPIC는 지난주 GS칼텍스, 롯데그룹, 미국계 코노코필립스 등을 지난주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협상대상자들은 실사 작업을 벌인 뒤 최종입찰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최종 낙찰자는 GS칼텍스가 됐든 코노코필립스가 됐든 간에 현대중공업이 이들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우선매수권을 사용하면 IPIC의 지분을 살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이 우선매수권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높은 가격을 써 내야 인수가 가능하다.

IPIC는 특히 가격을 올려 받기 위해 당초의 35% 지분이 아니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50%까지 팔겠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을 경우 주당 가격을 더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35%의 지분만 확보하면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을 되차지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이 가격경쟁에 나서도록 자극하는 요인이다. 아울러 지분의 50%까지 살 필요가 없는 현대중공업의 우선인수권을 무력화시켜 가격을 올려 받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환헤지를 제외하면 조선업종과 시너지효과가 적은 현대오일뱅크를 비싼 가격에 사기도 난감하고, GS칼텍스 등 다른 기업에 넘겨주는 것도 탐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소극적이지도 적극적이지도 않다"고 밝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궁극적으로 현대중공업과 가격경쟁을 해야 하는 GS칼텍스, 롯데그룹, 코노코필립스 등도 이점을 모를 리 없다. 이들 기업들이 '현대중공업이 포기할 만한 수준의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그렇다고 들러리가 되는 것도 유쾌하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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