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지난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GS칼텍스, 롯데그룹, 미국계 코노코필립스 등이 매각가격만 올려 놓는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들러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매수권 조항에 따라 IPIC가 당초 현대중공업에 인수제안을 했지만 가격격차로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후 IPIC는 공개입찰 방식으로 선회했다.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현대중공업에 우선매수권을 쓸 것인지 여부를 조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종 낙찰자는 GS칼텍스가 됐든 코노코필립스가 됐든 간에 현대중공업이 이들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우선매수권을 사용하면 IPIC의 지분을 살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이 우선매수권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높은 가격을 써 내야 인수가 가능하다.
IPIC는 특히 가격을 올려 받기 위해 당초의 35% 지분이 아니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50%까지 팔겠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을 경우 주당 가격을 더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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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35%의 지분만 확보하면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을 되차지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이 가격경쟁에 나서도록 자극하는 요인이다. 아울러 지분의 50%까지 살 필요가 없는 현대중공업의 우선인수권을 무력화시켜 가격을 올려 받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환헤지를 제외하면 조선업종과 시너지효과가 적은 현대오일뱅크를 비싼 가격에 사기도 난감하고, GS칼텍스 등 다른 기업에 넘겨주는 것도 탐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소극적이지도 적극적이지도 않다"고 밝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궁극적으로 현대중공업과 가격경쟁을 해야 하는 GS칼텍스, 롯데그룹, 코노코필립스 등도 이점을 모를 리 없다. 이들 기업들이 '현대중공업이 포기할 만한 수준의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그렇다고 들러리가 되는 것도 유쾌하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