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지구 살리고 돈도 아끼세요"

이경숙,황국상 기자 2007.08.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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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에너지의 날]에너지절약 전문기업을 아시나요

↑개포1, 2차 우성아파트 김승권 기관과장이 <br>
건물열병합발전기 가동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br>
ⓒ이경숙 기자↑개포1, 2차 우성아파트 김승권 기관과장이
건물열병합발전기 가동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경숙 기자


재테크로 한달에 3만원 즉 연 36만원을 벌려면 세후 6%짜리 상호저축은행에 600만원을 예치하고 있어야 한다. 한달에 7만3100여원을 벌려면 1534만원을 예치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 대치1동 개포 1, 2차 우성아파트 주민들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그 만한 수익을 거뒀다. 애국도 했다. 전력사용량 즉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여 한반도 온난화를 늦추는 데에 이바지했으니 말이다.



지난 6월, 김윤호(가명)씨네는 관리비 3만4200원을 아꼈다. 전기, 수도, 난방 등 총 관리비가 39만2300원이 나왔지만 35만8100원만 낸 것이다. 김씨네뿐 아니라 개포1차 우성아파트에 사는 1140세대가 모두 지난해보다 월 평균 3만~4만원의 관리비를 덜 내고 있다.

이 모두 지난해 10월말 준공한 건물열병합발전기 덕분이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열병합발전기 도입에 동의하고 6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22년 된 보일러도 교체했다. 1984년 준공한 이 아파트의 보일러는 이미 수명이 2~5년 이상 지난 상태였다.



2012년 1월 이후부터는 절감액이 세대당 월 평균 7만3100여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임승운 우성아파트관리사무소 부장은 "설비 투자비용을 갚고 나면 절감분이 전액 주민 몫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연 10억5000여만원에 이르는 규모다.

◇"보일러 하나 바꿨을 뿐인데" 연 10.5억여원 절약

이 모든 성과를 얻기까지 우성아파트 주민들의 주머니에선 돈 한 푼 빠져나가지 않았다. 설비업체 '포스콘'이 에너지관리공단(www.kemco.or.kr)으로부터 자금을 장기저리로 융자 받아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우성아파트와 같은 대규모 아파트, 혹은 건물의 에너지절약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을 선정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해당업체가 알아서 해준다.

ESCO란, 에너지사용자를 대신해 에너지절약 시설에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한 에너지 절감액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기업이다. 현재 ESCO협회(www.kemco.or.kr)엔 삼성에버랜드, 벽산건설, LS산전, 포스콘 등 55개 업체가 정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ESCO는 에너지관리공단의 '에너지 이용 합리화 자금' 등 정책자금으로 설비자금을 조달한다. 지난해에만 6446억3400만원이 '에너지 이용 합리화 자금'으로 지원됐다.

에너지 이용 합리화 자금은 이자율이 4~5.25%(이하 변동금리 기준)로 이 다른 정책자금에 비해 1~2% 포인트 낮다는 장점이 있다. 상환기간도 사업별로 최소 4년, 최장 15년이어서 다른 자금에 비해 부담이 적다.

'집단에너지 공급사업' 자금은 8년 거치 7년 분할 상환, 이자율은 5.25%다. 지역 냉난방 사업과 구역형 집단에너지 사업, 산업단지 집단 에너지 사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에너지절약시설 설치사업' 자금은 연 4%의 금리가 적용되는데, 상환기간은 4~10년으로 다양하다.

이와 별도로 에너지 절약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1년 거치 2년 상환에 3.5%의 이자율이 적용되는 '운전자금 지원' 자금을 눈여겨 볼 만하다. 사업자마다 10억원 이내로 융자된다.

↑ESCO 자금조달 방법ⓒ포스콘↑ESCO 자금조달 방법ⓒ포스콘
◇태양광 발전기 설치 땐 비용 60% 지원 받아

큰 건물, 공동주택이 아니더라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동기ㆍ인버터ㆍ펌프를 기기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으로 설치하거나 바꾸는 것이다. 이때 에너지관리공단은 '설치지원금', '보급장려금'을 준다.

고효율기기 설치지원금은 쏠쏠하다. 절전용량 1킬로와트(kW) 당 12만~24만원이 설치자 또는 발주자에게 지원된다. 특히, 고효율 전동기는 설치지원금, 보급장려금을 둘 다 받다는 장점이 있다. 고효율 전동기 판매자에게는 절전용량 1kW당 4만원의 보급장려금이 지급된다.

주택이 무연료ㆍ무공해 에너지원인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면 최대 1500만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비용의 60% 정도를 지원 받을 수 있다. 2004년부터 시작된 '태양광주택 10만호 보급사업' 덕분이다. 올해 예산은 410억원.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약이 있어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신기술 고효율 설비도 쓰는 사람, 업체와 조건이 맞아야 경제적 절약 효과까지 볼 수 있다. 특히, 건물열병합발전기는 절약한 전력만큼 전기누진세를 아껴 금전적 절감 효과를 내는 구조라 설치효과가 전력사용량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우성아파트관리사무소의 임 부장은 "우리 아파트는 전력사용량이 많은 45평형 이상 대형평형이면서 중앙난방식이라 절감효과를 크게 볼 수 있었다"며 "세대당 전력사용량이 월 평균 400kW 이상 되어야 눈에 띄는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픈 지구, 신기술보다 에너지절약이 보약

나날이 아열대가 되어가는 한반도에 살면서 에너지 절약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바이오연료, 태양광 등 신ㆍ재생에너지가 일상적으로 쓰일 때까지 기다리기엔 인간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가 너무 많다.

안준관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본부 부장은 "우리나라와 산업구조가 유사한 독일과 일본은 신ㆍ재생 에너지 산업에 '올인'하기 보다는 건물ㆍ주택 등 기존 시설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독일노동총연맹(DGB)는 '에너지절약기금' 운영을 통해 4인 가족 기준 연간 170유로(약21만6700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시행 10년간 독일 전체 에너지 소비는 12% 줄었다. 독일에너지공사(DENA)는 '건물 부문 국가 에너지 인증제도'를 도입해 에너지 절약에 앞서고 있다.

"아픈 지구 살리고 돈도 아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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