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금은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좋은 순간’이 ‘가장 어려운 일을 잉태하는 때’일 수 있다는 뼈를 깎는 되새김이 없이는 2007년 12월19일 치러지는 본선에서 웃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본선에서 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지난 15대 및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연속으로 2번 패했다는 사실(史實)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일이다.
대선에서 1명을 포용하면 100표를 얻을 수 있고, 100명을 포용하면 1만표를 추가로 확보하며, 1만명을 포용하면 선거판 자체를 바꿀 수 있다.
하나는 ‘어제까지 적’으로 싸웠던 박근혜 후보를 ‘선거대책본부장’으로 모시는 일이다. 물론 이 후보도 그런 필요성을 알아 후보수락연설에서 박 후보에게 이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이런 말 한마디로 박 후보가 선대본부장을 수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박 후보는 일단 ‘백의종군’하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 후보는 삼고초려(三顧草廬) 뿐만 아니라 십고초려(十顧草廬)를 해서라도 꼭 모셔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 이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수도권과 호남권을 제외하고 영남과 충청 및 강원에서 졌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
둘째는 경선 후보들의 공약을 포용하는 일이다. 이 후보가 수락연설에서 밝혔듯이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원희룡)’, ‘서민이 잘 사는 나라(홍준표)’, ‘5년 안에 선진국(박근혜)’으로 대표되는 공약들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의 공약 중 ‘한반도 대운하’는 폐기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는 운하가 건설될 경우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부동산값 상승 차익’을 제공하는 것 외에 경제적 사회적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대선 본선 과정에서 ‘이명박의 과거’에 버금갈 정도로 이 후보를 두고두고 괴롭히며, 이 후보를 지지하려던 사람들을 떨어져 나가는 감표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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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자인 보수층 외에 범여권 지지자들을 포용해야 한다. 이번 대선도 지난 16대 대선처럼 승부는 한자리수 이내의 박빙이 될 공산이 크다. 나의 지지층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 지지자를 포용하는 것이야말로 싸움에서 이기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은, 서울시장 선거와 한나라당 경선을 치른 이 후보가 훨씬 더 잘 알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이같은 3가지를 확실히 하면 17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필요조건일 뿐 절대로 충분조건이 아니다. 그만큼 대통령이 되는 길은 어렵다. 특히 ‘야당 후보’로 정권을 빼앗는 일은 ‘여론조사’처럼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