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사태는 조정이자 기회

이건희 외부필자 2007.08.2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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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행복투자]

주식시장에서는 대세 상승 중에도 가끔 대폭락 장세가 나타납니다. 비교적 최근 몇 년 동안에도 대세 상승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대폭락이 일시적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아래는 폭락 기간과 고점대비 저점의 하락률입니다.

△ 2004년 4월23일~5월18일: 한국 종합주가지수 23.7% 하락
△ 2006년 5월11일~6월14일: 인도지수 30.6% 하락
△ 2007년 5월29일~6월5일 : 중국 상해종합지수 21.5% 하락
△ 2007년 7월26일~8월17일: 한국 종합주가지수 19.3% 하락 (바닥 아직 미확인)



◆ 위의 최근 사례뿐 만 아니라 장기 추세선이 유효하고 주봉상 이전의 주요 큰 저점을 깨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록적인 대폭락이 나타난 뒤에는 다시 상승하면서 결국은 전 고점을 크게 넘어서는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음을 주식시장의 지난 역사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 시점은 ‘위기’라기보다는 ‘기회’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에도 그런 상황이 진행되는 것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대세 상승 도중의 어떤 대폭락 시기이던지 많은 사람들을 불안심리로 몰고 갔던 주제는 꼭 있어왔습니다. 그 주제는 한결같이 '우려감'이었습니다.



현실에서 일부의 문제가 아닌 전체의 문제로서 경제가 본격적으로 어둡게 되어가는 상황이 아니라 단지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인 것입니다. 어차피 우려감과 기대감은 어떤 시장에서나 어떤 때나 항상 존재합니다.

길에 나가는 아들에게 어머니가 '차 조심해라'는 말은 차에 칠 우려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차들이 안전운행을 하지 않는 이상 언제라도 길에서 차에 칠 우려는 있습니다. 그런 우려감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길로 다니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차에 칠 우려감이 현실로 나타날 확률이 높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우려감을 가지지 않고 모든 차들이 다 괜찮으려니 하는 마음으로 방심하면서 다니는 사람입니다. 경제 세계에서도 방심하지 않고 조심하는 상황에서는 우려감이 현실적인 큰 문제로까지 번지기는 힘듭니다. 대개는 방심하는 경우에 소리 없이 곪아터지는 단계로까지 가게 됩니다. 서브프라임 문제는 방심하지 않고 우려하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대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 세계에서는 최근에 크게 대두된 서브프라임 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수많은 문제들이 우려감으로 존재합니다. 우려감 없는 시기는 없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의 우려감이 없으면 심지어 시장이 별로 쉬지 않고 많이 올랐다는 것 자체를 악재로 인식하면서 염려하는 곳이 주식시장입니다.

현재 정상적으로 글로벌 경제가 괜찮게 유지되고 있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좀 더 그럴 것이고, ‘묻지마’ 투자가 너무 확산되어 지나친 거품으로까지 시장이 오르지도 않았던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폭락이 이어지는 것을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한 표현은 어차피 쉬어갈 만한 자리에서의 하락조정 이후 나타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투매심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어떤 사람이 큰 병에 걸려서 쓰러지고 병원에 입원해야하느냐, 잠시 아프고 지나가느냐 여부는 그 사람이 너무 무리하면서 생활하지 않았는가, 일상적인 건강상태와 기초체력이 어떠한가, 아픈 원인에 대한 적절한 치료나 충분한 대처가 가능한지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주식시장과 비유를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큰 병에 걸려서 쓰러지고 병원에 입원해야하느냐→ 대세하락으로 전환하느냐
△ 잠시 아프고 지나가거나→ 1개월~3개월의 일시적인 폭락 장세로 지나가거나
△ 너무 무리하면서 생활하지 않았는가→ 지나친 거품으로 올랐었는지
△ 일상적인 건강상태와 기초체력이 어떠한가→ 경제의 펀더멘탈이 어떠한지
△ 아픈 원인에 대한 적절한 치료나 대처가 가능한지→ 시스템적 대응이 가능한지

이런 측면에서 현재 상황은 지나친 거품으로까지 올랐던 것도 아니고 글로벌 경기와 국가 경제의 펀더멘탈이 나빠지기 시작한 것도 아니고 시스템적으로도 대응이 가능한 문제에 해당합니다. 서브프라임 부실 우려감으로 인한 신용경색이 이번 폭락의 출발지이지만 주식시장에서 대세 상승 중에 가끔 대 폭락 장세가 나타날 때마다 항상 이유가 있어 왔습니다.

제가 예전의 어떤 글에서 이야기하기를, 주식시장에는 언제나 '오를만한 이유'와 '내릴만한 이유'가 동시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단지 오를만한 이유와 내릴만한 이유로 진정한 대세가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가의 수준과 경제의 상황이 대세의 방향성에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전 세계 글로벌 경기가 좋은 상황에서 대세하락을 논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봐야합니다. 물론 영원한 대세상승은 없으므로 언젠가 대세하락으로 전환할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미리 그런 염려까지 해서는 주식투자에서 장기 수익을 거두기 힘듭니다.

어떤 사람이 장사를 잘 하고 있고 돈을 잘 벌고 있는데 언젠가 손님이 줄어들어서 적자로 전환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렇더라도 장사를 잘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폭풍우가 와서 찾아드는 손님이 없거나 경쟁 가게가 옆에 생겨났다는 이유만으로 적자로 전환할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식시장에서 대세하락이 아니라면 기다리다보면 제자리를 찾게 마련입니다. 누구도 손을 쓸 수 없게 경제 전반적인 펀더멘탈이 악화되는 문제에서는 정말로 우려해야하는 반면 출발 근원지가 경제 전반에 걸친 것이 아닌, 국부적으로 생겨나는 문제이면서 시스템적으로 대응이 가능한 문제에서는 대 폭락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되곤 합니다. 즉 꼭 필요하다 싶으면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고, 시장이 필요로 하는 만큼 유동성을 FRB는 얼마든지 공급 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워렌버핏은 서브프라임 대란 와중에서도 급락장이 매수 기회라는 소신을 강조했고 금융주 투자를 늘려 주목 받았습니다. 금융시장 대혼돈이 있을 때 진정한 기회가 온다며 혼란이 발생할수록 잘못된 가치 산정이 일어날 소지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의 주식시장 급락으로 일부 종목이 실제 가치에 비해 더 싸졌으며, 이로 인해 진정한 매수 기회가 왔다는 것입니다. 물론 FT의 `숏뷰` 칼럼에서처럼 아직 주식을 사들이기엔 피가 덜 흥건한 상태라고 바라보는 곳도 많습니다.

한국의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는 그동안 상승 폭이 컸던 종목들의 낙폭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그러한 종목들의 일정 부분 버블이 해소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외환위기, 롱텀캐피털(LTCM) 사태, IT 버블 붕괴, 9ㆍ11테러, 차이나 쇼크 등 최악의 악재들도 채 1년이 안 돼 해결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도 3개월 정도면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BNP파리바의 알랭 파피어스 자산운용부문 사장은 최근 발표한 일부 펀드 환매 중단 조치가 BNP파리바에 미치는 재무적인 영향은 거의 없으며 서브프라임 노출도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펀드 환매 일시 중단으로 인한 실적 영향도 '제로'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라임 모기지금리가 약간 상승했으며 비 프라임 모기지시장의 부실 문제가 아직 프라임 모기지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염려해야할 곳은 고위험을 지고 주택을 구입한 구매자와 관련 업체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일반적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일부 기업이 부실해지고 문제가 생기고 부도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경제 전체가 흔들리고 주식시장이 대세하락으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경우를 보자면 카드대란이라고 불리던 LG카드 등, 신용카드 회사의 문제조차도 결국은 적절히 대처하고 지나갔던 기억을 하실 것입니다. 국가전체에서 일부 기업의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 규모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경제 전체에 파급효과까지 실제로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수준입니다.

서브프라임 연체액은 GDP 대비하여 0.4 %이고, 차압액 증가분은 GDP 대비하여 0.3 %에 불과하여 그 자체로는 실물 경기에 큰 영향까지 미칠 수준이 아닙니다. 한편, 이미 앞서서 지난 2006년 하반기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억제되기 시작했습니다.

정상적인 현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시장에서 심리가 어떤 한쪽으로만 계속 쏠리게 되면 비정상적인 파급효과를 나비효과처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음에는 유의를 해야 합니다. 심리가 극단에 치우치게 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심화되어질 수 있고 회사채 발행이 연기되는 등 신용시장 경색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각국 중앙은행은 경제 펀더멘탈의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가 글로벌 과잉 유동성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해주는 계기가 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제 성장 국면에서 유동성이 서서히 조절되어진다면 대세상승이 아주 길게 이어지는데 큰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폭등과 폭락 시기마다 일희일비하면서 주식시장에 들어왔다 나왔다를 반복하면 단기 사이클마다 뒷북치면서 장기 사이클의 수익률을 놓치기 쉽습니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성이 받쳐주는 대세상승기에는 대폭락시에 위기가 아닌 기회임을 인식하면서 접근하는 것이 정석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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