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여론조사' 통한 후보 단일화?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7.08.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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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9일.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측과 국민통합21의 정몽준 의원측이 단일화 협상을 시작한다.

이후 단독 회동을 거쳐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 단일화'를 하자는 데 합의한다. 2개의 기관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유효로 인정된 것은 하나였다.

리서치 앤드 리서치(R&R)의 조사에서 46.8%의 지지를 얻어 42.2%에 그친 정몽준 후보를 4.6%포인트 앞서 단일후보가 됐다.



또다른 조사기관인 월드리서치 조사에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28.7%를 기록, 최근 이 후보의 최저 지지도인 30.4%보다 낮아 무효 처리됐다.

이 조사에서도 노 후보의 단일후보 지지도는 38.8%로 37.0%를 얻은 정 후보 보다 다소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놓고 논란이 많았지만 이후 '선거'에서 여론조사를 '필수 코스'가 됐다.



#5년뒤 2007년 8월20일 한나라당 경선. '빅2'는 1년 2개월간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여론조사로 후보 단일화'를 한 셈이 됐다.

한나라당의 선거인단 총 23만여명 중 투표장에 가서 직접 투표를 하는 대상은 18만5080명. 지난 19일 투표에 참여하는 이는 12만7858명이었다. 전당대회 장에서 진행된 개표도 이를 대상으로 한 것.

여기서는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432표 앞섰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로 승부는 바뀌었다. 여론조사는 지난 19일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별도로 진행됐다.


문항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다음 네 사람 중 누구를 뽑는게 좋다고 생각십니까". 리서치앤리서치(R&R), 동서리서치, 중앙리서치 등 3개 기관이 각각 2000명씩, 총 6000명의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일부 젊은층 표본(샘플)을 채우지 못해 실제로는 5490명만 참여했다.

여론조사 몫은 총 3만2000여표. 이를 여론조사 비율대로 나눠 갖게 된다. 당 선관위가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캠프측에서 확인한 내용으로는 이 후보가 박 후보를 8.5%p정도 앞섰다는 것. 약 2800표 정도된다.

#평가는 엇갈린다 이를 두고 '민심'의 반영이란 주장과 여론조사 맹신이란 반박이다.

"본선 경쟁력을 판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론조사를 포함시킨 것"이라는 게 민심 반영파의 논리다. 3개 기관의 조사로 객관성도 반영됐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반면 '추세'를 읽는 여론조사가 선거를 판가름내는 수단이 되는 것은 잘못이란 지적도 있다. 이번 한나라당 경선도 사실상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라는 얘기다.

표의 등가성 문제도 계속된다. 실제 한나라당 경선에서 여론조사 샘플 1명의 답은 5표 이상의 무게를 가졌다.

경선을 앞둔 범여권에서도 여론조사를 두고 셈법이 복잡하다. "2002년 이후 민심 반영의 한 수단으로 여론조사가 자리를 잡은 것 아니냐" "투표는 투표를 통해 해야 하는 것" 등 제각각이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각자 리그를 예고한 상황에서 범여권도 결국 '후보 단일화'를 노리는데…. 역시 방법은 '여론조사'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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