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론스타 협상, 어디까지 갔을까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서명훈 기자 2007.08.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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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협상 잘되고 있다"..결국 감독당국이 열쇠

HSBC은행이 외환은행 지분 인수를 위해 론스타와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밝히면서 HSBC와 론스타간의 협상 타결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HSBC가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언급을 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보수적인 HSBC의 속성을 감안하면 적어도 양자간의 협상은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을 받기 위한 전초작업들이 어느정도 이뤄졌는지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편에선 국민은행과 하나금융 등 국내 인수후보들이 여론 등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HSBC "인수협상 잘 되고 있다"



HSBC그룹은 20일 공식 발표를 통해, "자회사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총자산 기준 한국에서 6번째로 큰 외환은행 지분을 론스타로부터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협상이 진행중에 있으며 협의가 이뤄질 경우, 한국 등 정부 당국의 승인을 얻는다는 조건하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HSBC가 외환은행 인수 협상 사실을 공식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HSBC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인수 후 외환은행의 사명과 상장을 유지하고, 고용 안정을 주요 사안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상당히 구체적인 언급으로 협상에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음을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HSBC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 7월부터 협상이 시작됐고 상당히 잘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합의가 이뤄진 것도 있고 이뤄지지 않은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HSBC가 외환은행 인수에 다시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은 오는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시행되기 전에 한국시장에서 은행업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자통법 시행으로 증권사가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사실상 증권사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론스타 입장에서도 감독당국으로부터 인수 승인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은 싱가포르개발은행(DBS) 보다는 세계적인 금융기관인 HSBC가 파트너로서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감독당국 "법원 판결 전 어렵다"

결국 열쇠는 감독당국에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감독당국은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과 관련한 법원 판결전에는 어떤 금융기관이든 인수를 승인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HSBC와 론스타 양측의 협상이 상당히 진척됐더라도 양해각서(MOU) 체결이나 최종 계약 등 본격적인 협상 단계로 접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세계 2위 금융회사인 HSBC가 실제로 인수 승인을 요청할 경우 감독당국이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원 판결 전에는 승인을 못해준다는 것은 간접적인 압박은 될 수 있었도 실제로 승인을 해주지 못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국내은행들 발목만 잡을라

HSBC가 협상 진행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과 관련해 감독당국의 승인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인수 승인신청서를 제출하고 공개적으로 승인을 요구하기 전 여론을 떠보기 위한 전초작업이라는 것이다.

HSBC와 론스타의 매각 협상이 속도를 내면서 국민은행과 하나금융 등 국내 인수 후보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론스타의 한국 탈출을 도운다는 여론과 법원 판결 전 승인이 어렵다는 감독당국의 시각을 고려해 론스타와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기 힘든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국내은행들의 발목만 잡은 채 외환은행의 몸값만 올려놓고 다시 외국계에 넘기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성사된다면 국내은행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공정한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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