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증시는 '합리적 버블', 더 오른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08.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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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증시가 극도의 혼란에 빠져든 가운데 중국증시만 유독 독야청청이다. 지난주 소폭 조정받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증시에서 가장 잘 나간다. 언제까지 상승이 이어질 수 있을까.

미국에서 시작된 신용경색은 전세계 시장을 오염시키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파리 그리고 싱가포르에 이르기까지 주요 증시가 폭락했다. 그러나 중국의 상하이 증시는 예외다. 상하이종합지수는 8월들어 4% 상승했다. 올해 상승률은 무려 74%에 달한다. 지난주 일본 닛케이지수와 미국 S&P지수가 올해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철저한 통제 시장..외풍에 자유롭다
이와관련 중국 증시는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급락에 휘말리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온라인판이 보도했다.

정부는 외국투자자들이 중국 국내 주식(A증시)을 사는 것을 막고 있다. 물론 해외투자도 깐깐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시장의 변화는 글로벌 유동성에 별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다.



지난주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한 것과 대조적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현재의 신용경색 파문이 시장에 한정된다면 중국시장으로 확산될 이유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은 여전히 유동성이라는 풀에서 수영하고 있으며 중앙은행은 다른 나라와 달리 시중유동성을 흡수하는 상황이다.

◇조정 전망의 근거도 하나둘
그러나 가파른, 쉼없는 주가상승은 조정이 임박했다는 근거로 사용된다. 그 시점을 쉽게 알 수 없지만.


프리랜서 이코노미스트인 앤디 시에는 "미국 신용 문제가 중국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없지만 중국 증시는 버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년이 안되는 역사를 가진 중국증시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새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루머에 사고 팔고 때로는 미신을 믿는다. 펀더멘털 투자는 비중이 적다. 다른 불건전한 특징도 있다. 많은 기업들이 주식을 사고 있으며 나아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주가를 올리고 있는 것. 이는 주가가 하락하면 반대방향으로 악순환을 가져온다.

중국증시는 경제에 비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지 않다. 그러나 이제 증시도 올연말 세계 3위로 성장할 중국 경제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방향지표로 부각되고 있다. 올해 2월에도 중국증시가 급락하자 세계증시가 깜짝 놀라기도 했다.
미국 경제 불안이 심화되면서 중국 경제의 비중은 더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고 더불어 높아지는 흐름이다.

중국 경제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관심중 핵심은 세계 금융시장 혼란이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감소로 이어지는가하는 점이다. 이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도 줄어든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에 적지않은 부담인 것이다. 베어 스턴스의 홍콩 소재 전략가인 마이클 쿠르쯔 "중국 수출중 5분의 1 정도가 미국으로 간다"며 "중국 경제는 잠재적으로 미국 소비 둔화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강세장에서 중국증시는 3.6배나 올랐다. 상하이증시와 선진 증시를 합친 시가총액은 2조8000억 달러로,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많지 않다. 하지만 이는 주식시장이 흔들리면 중국 경제가 영향받을 수 있음을 뜻한다. 2005년까지 중국 경제는 증시와 연관성 없이 움직였다.

◇개인투자자 열기는 갈수록 후끈

중국 증시가 싸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상하이증시는 55배의 주가수익비율(PER)에 거래된다. 하지만 중국 국내 투자자들의 믿음은 확고하다. 8월들어 2주간 178만개의 신규계좌가 개설됐다. 일주일 전, 세계증시가 신용경색에 타격받을 때 차이나포스트&펀드매니지먼트가 세운 뮤추얼펀드는 하루만에 78억달러의 자금이 쇄도하기도 했다. 금요일 3개 회사가 첫상장을 했는데 300%이상 급등했다.

중국의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발론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투자자는 "지금이 가장 안전한 시간이다. 밖은 갈수록 위험하지만 국내시장은 더 안전해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주 상하이 종합지수는 3일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신용경색이 아니라 단순히 내부적인 문제였다. 인플레이션 상승이 금리인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시장은 심리적 저항선인 5000까지 근접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000을 넘은 이후 올해 3월에 3000, 5월에는 4000을 넘는 등 심리적 저항선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중국 증시는 합리적 버블 형성중

중국에 있는 아비바 PLC의 몰리 펀드매니지먼트 사업부의 월터 린 대표는 "중국 시장은 이성적 버블이다. 크게 볼 때 폐쇄된 시장이며 유동성이 매우 풍부하다"고 말했다.

미국 서브프라임에 투자해 손실을 입은 펀드와 금융기관들은 유동성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내 다른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서브프라임이 다른 시장과 자산으로 전염된 경로다. 그러나 중국증시내 외국인 비중은 0.5%도 안된다. 50개 정도의 금융기관이 국내투자 자격을 얻고 있으며 채권과 주식 투자한도는 합쳐 100억달러에 그친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 증시는 경제성장을 따라잡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99년에서 2005년까지 GDP가 2배가 됐지만 주가는 38%나 하락한 것이다. 시장 시가총액은 GDP의 18%에 그쳤다.

◇가계자산 증시로 엑소더스
주가상승으로 개인투자자들은 부를 증식하고 있으며 수백개의 기업들은 주식을 공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중 중국 기업들은 상하이와 선진시장에 주식을 팔아 250억달러를 확보했다. 중국인민은행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배에 달한다.

정치적 의도도 중국증시의 랠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시장에 직접 개입했던 정부는 최근 약간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중앙정부가 급격한 하락을 막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올 가을 공산당대회와 내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황금기를 앞두고 이런 믿음은 더 강화되고 있다.

주가상승은 가계자산의 투자패턴 변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저금리에 불만인 사람들이 은행에 맡긴 돈을 찾아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부동산 값 급등은 상대적으로 주식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개인들은 막대한 '실탄'을 확보한 상태다. 6월말 현재 개인의 은행예금은 2조2400억달러에 달한다. 음식 가격의 급등으로 소비 물가는 1년만기 은행예금의 3.33%위에 있다. 투자자들이 저축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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