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인수에 HSBC 다시 거론된 이유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7.08.2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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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통법 시행전 은행업 업그레이드 필요성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HSBC은행의 이름이 부쩍 오르내리고 있다.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론스타와 한국시장에서 은행 인수 필요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HSBC의 내부사정이 맞물리고 있는 점이 그 배경이다.

다만 외환은행 (0원 %) 불법 매각사건에 대한 법원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감독당국이 대주주 적격 승인을 미룰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등 구체적인 합의 단계까지 접근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19일 외환은행 매각에 정통한 소식통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HSBC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론스타와 접촉을 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HSBC가 론스타와 협상을 시작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데 이어 최근에는 양측이 MOU 체결을 위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외환은행 매각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HSBC와 론스타측이 접촉을 하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전했고, 다른 관계자는 "양측이 접촉을 하고 있는 것은 맞고, MOU 체결 여부 등 진도가 어느정도 나갔는지는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구 제일은행 인수 실패 후 한국시장에서 자생성장에 무게를 뒀던 HSBC가 다시 외환은행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HSBC의 내부 사정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HSBC는 자생성장을 위해 한국법인 설립 등을 추진해왔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올들어 출시한 무점포 은행 서비스, 'HSBC다이렉트'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긴 하지만 아직 한국시장에서 본격적인 은행업을 영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증권사가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사실상 증권사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HSBC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금융권 관계자는 "HSBC는 한국을 중국, 인도와 함께 아시아퍼시픽 지역의 주력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자통법 시행 전에 은행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지 못하면 영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입장에서도 감독당국으로부터 인수 승인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은 싱가포르개발은행(DBS) 보다는 세계적인 금융기관인 HSBC가 파트너로서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충격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점도 론스타의 매각 욕구를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HSBC는 국내 인수 후보자들 보다 정부 눈치를 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수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자격을 갖춘 외국계 선진 금융기관이 인수를 원할 경우 '인수 승인을 거절하기 힘들다'는 핑계거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매각 불법 매각 문제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MOU 체결 등 협상 진도가 많이 나갔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감독당국도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과 관련해서는 "아직은 전혀 파악된 것이 이 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HSBC가 론스타와 MOU를 체결할 경우 인수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HSBC가 서울은행이나 제일은행 인수전에서 싼 값에 인수하려다 놓친 것에 대해 감독당국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다시 MOU를 체결했다가 가격 문제로 수포로 돌아갈 경우 HSBC가 한국내에서 영업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 필요성이 높아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HSBC가 용인할 수 있는 가격에 접근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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