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李, 경선 '혈전' 승리 배경은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7.08.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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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화두 선점으로 본선경쟁력 어필..고비고비 '천운'도

'초박빙'이었지만 '이변'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올 12월 본선에 나갈 '대표선수'로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1년 2개월간 '독주'한 이 후보는 끝까지 박근혜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경제'라는 화두를 부여잡은 것이 주효했다. 올 12월 대선의 화두는 첫째도, 둘째도 '경제'. 이른바 시대정신을 '선점'했다는 의미다.



'본선 경쟁력'을 무기로 삼은 것도 '플러스'가 됐다.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선거인단에 대한 구애 전략이 적중한 셈. 경선 과정 내내 불거진 '검증 정국'은 역설적으로 '순풍'이 돼 이 후보를 도왔다.

전방위적 검증의 칼날이 겨누어졌지만 '치명적 결격'이 드러나지는 않은 덕이다. 되레 '네거티브의 피해자'란 이미지로 여권과 당내 경쟁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대선후보 李, 경선 '혈전' 승리 배경은


◇이명박, '경제'를 말하다= 이 후보의 아이콘은 '경제'. 현대건설에서 쌓아올린 '샐러리맨의 신화'가 바탕이다. 올 대선의 화두인 '경제 살리기'와 정확히 맞물린다. 캐치프레이즈도 '일하는 대통령'이다.

정책 공약들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747(7% 성장, 4만불 소득, 세계 7대 경제강국)', '한반도 대운하' 등 대표공약들은 모두 '꿈' 같은 정책들이다. 이 후보는 그러나 꿈을 '현실'로 만들겠다며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 소구했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청계천 복원'을 실현한 '경험'이 자산이 됐다.

이 후보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강점인 '추진력'도 '믿음'을 줬다. "공약은 아무나 만든다. 그러나 실천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는 논리가 먹혔다. 이 후보의 '추진력'과 '실천력'을 높이 평가된 결과다.


◇'본선' 승리는 아무나 하나= '본선 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는 '승인'이다. 올 대선은 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 구도로 치러진다. 2002년 대선의 대립 양상과 유사하다. '민주 대 반민주', '보수 대 개혁'의 집권 경쟁이다.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대통합'에 성공한 범여권이 바라는 국면이기도 하다.

두 번이나 쓴 맛을 본 한나라당은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구도다. 참여정부의 경제 '실정'을 집중 겨냥하며 '경제 살리기'의 대안 정당임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나라당의 본선 전략이 '실용 대 이념'의 대립각이라는 의미다.

이 후보의 선거 전략도 동일하다. '이념'보다는 '실용'을 강조하며 '본선 승리'의 적임자임을 강조해왔다. 박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될 경우 여권이 바라는 국면이 전개돼 '본선 필패'한다는 논리였다. 결국 한나라당은 이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검증공세 '순풍(?)'이 되다= 검증 국면의 맞대응 전략도 또 하나의 승리 요인이다. 이른바 '정치공작론'을 펴며 거센 검증 공세에 맞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경선 막바지 도곡동 땅 차명은닉 의혹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이어졌지만 '정치공작' 의혹으로 정면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유권자들에게 '정치공작의 피해자'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 정권쪽에 화살을 겨눈 것도 한몫했다.

한반도 대운하 정책검증, 8~9000억원대 차명재산설, 뉴타운 특혜 의혹, 도곡동 땅 차명재산 논란, 금융투자사기 관련 BBK 연루설 등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지만 여전히 '의혹'으로 그쳐 치명적 타격을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대선후보 李, 경선 '혈전' 승리 배경은
◇'하늘'도 이명박을 도왔다?= 고비고비마다 '운'도 따랐다. 캠프 핵심 관계자들조차 "하늘이 돕고 있다"고 할 정도. '검증 공세'의 굴곡마다 국면 전환을 이끄는 일들이 발생했다.

대표적인 것이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와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 막판 도곡동땅 의혹으로 박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던 7월 말. 아프간 탈레반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 여론의 역풍을 우려한 양쪽이 공방을 자제하면서 이 후보측엔 '호기'가 됐다.

경선 레이스 막바지인 지난 8일의 청와대발(發) 남북정상회담 소식도 '호재'였다. 막판 '검증'이 대형 이슈에 파묻히면서 경선 판세가 굳어졌다. 이 후보의 경선 승리에 '천운'도 깃들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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