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 레이스가 그랬다. '어쩌면 저렇게까지 심하게 말할까' 싶은 적도 있다. 하지만 그게 한나라당 경선 흥행의 힘이었단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명박 박근혜 원희룡 홍준표 후보 등 경선후보 4명과 당 지도부가 쏟아낸 말의 성찬. '코스'별로 나눠보면 더 맛있다.
'독설'의 대명사 전여옥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8월16일 박 후보측이 이 후보 사퇴를 주장하자 "(박 후보는) 단 한 번도 1위를 차지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2등이다"며 옛 주군(?)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이유있는 변명= 무대응이 좋을 때가 있지만 때로 적극 대응도 필요하다. 변명엔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다. 설득력이 있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몫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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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참패 뒤 책임론이 일자 "이 전 시장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행정도시에 대해)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고 했는데 그런 분과 같이 유세를 하면 오히려 표가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재치만발&촌철살인= 정치인의 말은 대체로 두루뭉술하다. 상황변화에 따라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간혹 단호한 표현,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도 필요하다. 그러나 말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자신을 '한방'에 보낼 수 있다는 범여권의 주장에 "한방이 아니라 헛방"(7월30일)이라고 반박했다. 5월 대학생 특강에선 "완소남이 되고 싶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강재섭 대표는 도곡동 땅 검찰수사발표에 "외세를 불러들여 이 꼴이 됐다"(8월17일)고 반응했다.
◇"내가 왜 그런 말을"= 말엔 생각이 담긴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은 말실수 때문에 오랫동안 구설수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거 내 얘기였어?"= 굳이 이름을 얘기안해도 국민들은 누군지 다 안다. 때론 에둘러 말하는게 더 효과적이기도 하다.
박 후보는 "김대업 같은 사람 10명이 나오더라도 아무런 문제없이 당선될 사람을 한나라당 후보로 내야 하지 않느냐"(1월17일)고 했다. 이 후보는 가만있었을까. 며칠 뒤 "나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고, 고3 네명을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1월21일)고 맞대응했다.
박 후보는 "저는 법을 안 지키고 거짓말을 잘 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축재하는 사람에겐 누구보다 무서운 사람"(8월10일)이라고 이 후보를 겨냥했다.
◇애타는 지도부= 경선 내내 지도부는 가슴을 졸였다. 양측의 공방에 당이 깨질지 모른단 위기감이 팽배했다. '화합' '승복'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박관용 선관위원장은 8월10일 전주에서 후보들과 비빔밥을 함께 먹으며 "인간이니까 쉽게 되지 않겠지만 마지막 장에 멋지게 손 잡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측 박희태 선대위원장은 8월17일 "가뭄이 들면 농부들이 물 한방울이라도 자기 논에 더 끌어가기 위해서 정다운 이웃과도 막 싸웁니다. 그러나 비가 와 버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옛날의 다정한 이웃으로 돌아갑니다"(CBS뉴스레이다)고 어록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