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의 마지막 보루 '와타나베 부인'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08.1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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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가정주부가 외환시장 안정 결정적 변수 부상

일본의 가정주부(와타나베 부인)들이 전세계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출비중이 높은 헤지펀드들은 최근 몇주간 글로벌 시장에서 신용거래로 구입한 자산을 투매하고 나섰다. 이는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상황은 정반대다.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들이 여전히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며 엔 캐리트레이드를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와타나베 부인들의 어깨에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안정이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는 '와타나베 부인'이란 말이 있다. 와타나베 부인은 월급쟁이 남편들이 벌어오는 수입으로 가정의 재정을 담당하는 일본 가정주부를 지칭한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보잘것없는 일본 이자율을 감수하기보다 다른 나라에서 보장되는 고수익의 투자 기회들을 찾아 적극적인 엔 캐리트레이드에 나섰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고수익을 내는 뉴질랜드 채권과 정기예금 상품에 투자했고, 이 때문에 뉴질랜드 달러가 오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외환 트레이더들은 이러한 일본 가정주부들이 도쿄 외환시장 거래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와타나베 부인의 외환 거래 비중은 1년전에 비해 배이상 늘어난 것이다.

일본의 엔 캐리트레이드 거래가 급증한 것은 일본 은행 등이 첫납입금의 최대 200배까지 신용대출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BOJ)의 이사회 위원인 니시무라 기요히코는 "스위스의 은행가 및 외환투기업자들이 시장의 불안정성을 이끄는 주범이라면, 반대로 도쿄의 와타나베 부인들은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지난 4일동안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여전히 엔화를 매도하면서 다른 국가에서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나섰다. 즉, 시장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FX온라인의 제임스 고우는 "일본 정부는 가정 주부들이 엔화를 매도할 줄 알고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1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이 진정될 신호가 나타났다.

하지만 해외의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엔 캐리트레이드를 청산하고 나섰다는 정황이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투자자들이 다시 엔화를 매입하고 있어, 남아있는 엔 캐리트레이드 투자금의 환손실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와타나베 부인들 역시 신뢰를 잃고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에 나선다면, 글로벌 시장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본의 기준 금리가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엔 캐리트레이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BOJ는 오는 23일 금리 결정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BOJ의 일본 금리 인상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본 가정 주부들이 외환 시장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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