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FRB가 살린 뉴욕증시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08.18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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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 재할인율 인하…금리인하 가능성↑, 다우 1만3000선 회복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뉴욕 증시를 살렸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FRB의 전격적인 재할인율 인하로 강세로 마감했다. FRB가 60억달러의 유동성을 추가 투입한 데 이어 재할인율까지 전격 인하,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FRB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 강세를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1만3000선을 다시 훌쩍 넘어섰다.



코웬&코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크 말론은 "이날 FRB의 움직임은 매우 상징적이었으며, 금융 시장 악화에 대해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33.30포인트(1.82%) 오른 1만3079.08을,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전일대비 34.67포인트(2.46%) 상승한 1445.94를 나타내고 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53.96포인트(2.20%) 뛴 2505.03으로 장을 마쳤다.

◇ FRB, 재할인율 0.5%p 전격 인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시중은행에 돈을 빌려줄때 적용되는 금리인 재할인율을 기존 6.25%에서 5.7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FOMC는 성명을 통해 "금융시장이 악화되고 신용시장이 위축되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경제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판단해 재할인율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심각한 위기상황마다 적극적인 개입정책을 통해 시장 불안을 잠재운 소위 '그린스펀 풋'도 이번 재할인율 인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FRB의 재할인율 인하는 '버냉키 풋'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FRB는 재할인율 인하와 함께 60억달러의 유동성을 시중에 추가 공급했다. 이로써 FRB의 유동성 공급 규모는 940억달러로 늘어났다.

FRB가 이처럼 갑작스럽게 재할인율은 인하할 것은 금융시장의 위기가 실물경제로 파급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FRB는 지난 9일 BNP파리바의 환매중단 선언 이후 7일간 총 880억달러의 단기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 개입에도 불구 다우지수가 8일 연속 하락하고,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으로 달러가치가 급락하는 등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 FRB, 경기하강 우려 시인…금리 인하 가능성 높아져

FRB가 이처럼 갑작스런 재할인율 인하를 단행한 것은 미국 실물경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 경색의 파급 효과가 번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FRB는 성명서를 통해 "신용 경색과 불확실성 증가로 경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경제 하강(downside) 리스크가 상당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즉, 현 신용경색이 실물경제 성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시인한 셈이다. 지난 7일 FOMC 성명서에서의 밝힌 낙관론과는 사뭇 다른 어감이다.

FRB는 이날 금리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FOMC는 성명서에서 "현재 위기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금융시장 동요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신용경색 위기가 가라앉지 않을 경우 금리 인하에 나설수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FOMC의 이날 성명은 헨리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신용위기로 미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 미국 경제 곳곳에서는 경기둔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미국 주택시장은 10년래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으며 고용사정도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

도이치방크의 미국 증시 헤드인 오웬 피츠패트릭은 "FRB의 재할인율 인하는 매우 놀랄정도로 긍정적인 사실"이라며 "사람들은 이제 9월 FOMC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고 밝혔다.

아발론 파트너스의 피터 카딜로는 "FRB의 재학인율 인하는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불안심리를 반전시키기 위해 원하는 것이었다"면서 FRB가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소비자심리 부진

이날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월가 예상치를 하회, 금융경색이 미국 소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시간 대학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신뢰지수가 83.3을 기록해 전월의 94.4보다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88.0을 밑도는 것이다.

◇ '파산설' 컨트리와이드 급등

FRB의 재할인율 인하로 파산설에 휩싸인 미국 최대 모기지회사인 컨트리와이드의 주가는 7년래 최대폭으로 급등했다. 재할인율 인하로 자금조달비용이 내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컨트리와이드의 주가는 이날 13.1% 급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증권은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의 투자의견을 '매도'에서 '중립'으로 상향 조정했다. 115억달러의 크레딧 라인이 컨트리와이드가 필요한 유동성에 접근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부진했던 금융주들도 대거 상승세를 기록했다. JP모간체이스는 3.4%, 씨티그룹이 2.7% 상승했다.

유가는 상승했다. FRB의 재할인율 인하로 위기에서 회복되면서 다시 원유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9월인도분 유가는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1.38%(98센트) 오른 배럴당 71.98달러를 기록했다.

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채권 수익률은 4.677%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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