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트레이딩, 두얼굴의 미스터리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7.08.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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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되고 있다는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은 투명인간 같은 존재다. 미달러와 함께 전세계 유동성 공급의 큰 축을 이뤄왔으나 도대체 어디에 얼마만큼 분포돼 있는지 측량할 수도 없고 또 경로를 추적하는 것도 힘들다. 다만 엔화환율의 향배를 보고 엔캐리트레이드가 확산되고, 축소된다는 관측만 할 뿐이다.

엔화가 달러나 유로화에 대해 약세로 가면 일본에서 엔화가 나와서 유로화 자산이나 달러화 자산에 투자됐다고 간접적으로 유추되며 지금처럼 엔화가 달러나 유로화에 대해 심하게 강세로 가면 반대 상황이 일어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엔화가 어떤 통화로 바뀌어 어디에 얼마만큼 투자돼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초기 엔화자금이 교환을 거쳐 다른 통화로 바뀌어 투자되고 바뀐 엔화가 다시 다른 데로 흘러들어 다른 통화로 바뀌어 투자되는 순환을 거치기 때문에 추적은 사실상 불가능이다.

 엔캐리트레이드는 두 얼굴의 존재다. 확산될 때는 주가 상승이라는 달콤함을 주지만 꺼질 때는 반대로 주가폭락이라는 악마적인 결과를 준다. 엔캐리트레이드는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인 엔화를 빌려 다른 나라 통화로 바꾼 뒤 주식, 채권, 상품 등 투자할 수 있는 모든 대상에 투자하면서 이익을 취하는 거래를 말한다.



 그러한 엔캐리트레이드가 이제 세계증시를 뒤흔드는 괴물로 변해있다. 엔캐리트레이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금융경색을 도화선으로 또다른 거대 태풍을 만들고 있다. 그간 엔화를 차입후 매도해서 투자한 유로나 달러자산를 팔고 엔화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주가폭락과 함께 엔화 초강세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일본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의 불황을 벗어나고 경제성장률이 미국을 능가하는 정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이상현상이 생긴 것도 모두 엔캐리트레이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엔/달러 환율은 2004년말 115엔에서 올 7월 하순 124엔까지 상승 일변도 양상을 보였다. 엔/유로 환율은 2004년 6월말 130엔에서 7월초 169엔까지 일방적으로 올랐다. 엔/스위스프랑 환율은 같은 기간 85엔에서 102엔으로 상승했다.
금리가 높은 호주달러나 뉴질랜드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은 이보다 더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원/엔 환율은 7월초 745원선까지 추락했다.


 엔화가 전세계 모든 통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내는 동안에는 전세계 증시는 달콤한 랠리를 향유했다. 코스피지수만해도 지난 7월25일 사상 처음으로 2000시대를 맞이했다. 미국 다우지수는 1만4000대로, S&P500지수는 1550대로 올라섰다.
유럽 모든 주가지수, 일본 닛케이지수, 항생, 대만 가권지수 등 주가 전성기를 맞아 증시 상승이 대세로 의심할 여지가 없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터지면서 상황은 거꾸로 발전했다. 서브프라임 위기가 신용시장을 얼어붙게 만들며 선진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되자 반대로 악마의 모습을 드러냈다.

엔/달러 환율은 118엔에서 112엔까지 단 사흘 만에 6엔 폭락했고 엔/유로 환율은 165엔에서 150엔까지 15엔 추락하는데 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밖에 엔/호주달러, 엔/스위스프랑 등 모든 엔화 환율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다. 그러한 엔화 초강세와 함께 주가폭락은 같이 진행됐다.

 17일 오전 금융감독원은 한국의 엔화 차입은 6조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엔캐리트레이드의 실체는 단순히 직접 엔화차입 만으로 논할 성질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투자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나 채권투자자금도 따지고 보면 원천이 엔화자금에서 바뀐 달러자금일 수 있다.

 전세계적 엔캐리트레이드 자금 규모는 2000억달러에서 1조달러까지 설이 난무하다. 그러나 그 진실은 알 수 없다. 세계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등이 일으킨 레버리지까지 고려하면 그 파급효과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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