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빠진 시장..정부도 뾰족한 수 없어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7.08.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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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경색 우려시 '유동성공급' 원칙만.. 증시대책 전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16일 주가,환율 등 한국 금융시장을 초토화 시킨 가운데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등 관련 당국이 이날 첫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내놓을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이 문제가 주식시장에 머물지 않고 신용경색 사태로 확산될 경우 즉각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는 원론적인 처방을 되풀이 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따라 정부는 패닉(공황)상태에 빠진 시장 심리를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재경부 1,2차관 등 고위 당국자들이 총동원돼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탄탄하고 외환보유고 등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다며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석동 재경부 제1차관은 이날 과천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열어 "정부가 서브프라임 부실 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과거 경제 위기와 비춰볼 때 지금은 경제운용이 건실하고 펀더멘털이 좋은 데다 충분한 외환보유고도 확보하고 있다"며 "국제적인 신뢰까지 받고 있어 최근의 국제금융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시장을 확고히 지켜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국내에 미칠 파급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우리 금융기관이 서브프라임 투자로 입은 평가손이 7월말 현재 8500만달러로 8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고, 국내 주택담보 대출도 선제적인 규제 강화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만약 서브프라임 불똥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번져 신용경색이 우려될 경우 유동성조절대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즉각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아직 유동성 공급에 나설 상황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임영록 재경부 제2 차관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최근 콜금리를 올릴만큼 원화유동성이 풍부해 신용경색 가능성은 없다"며 "외화의 경우 일부 어려움이 있지만 유동성을 조절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역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청산돼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는 이런 위험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임 차관은 이날 "2000억달러가 넘는 전 세계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중 국내에 유입된 금액은 60억달러 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우리 경제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차관도 "우리는 외환 통계시스템과 제동 장치가 엄격하게 가동되는 나라"라며 "엔 케리 청산이 이뤄져도 충분히 대응할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조 위에 정부는 이날 주가 급락을 펀더멘털 문제라기 보다는 심리적 불안에 따른 일시적인 투매로 진단했다.

김 차관은 "어제 광복절 휴일로 주식시장이 하루 쉬면서 세계 증시 급락을 피해간 결과 오늘 다른 나라보다 더 떨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주가가 2000포인트에서 1700포인트로 빠르게 떨어지면서 개인 투자자가 불안한 마음에 투매하고 있다"며 "실물경제에 문제가 없는 만큼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임 차관도 "심리적 요인으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결국 주가는 펀더멘털로 결정될 것"이라며 "우리 경제상황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이어지고 있어 투자심리가 회복되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와관련 정부는 직접적인 증시안정 대책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증시 급락이 해외요인으로 촉발된데다 금융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증시만 따로 떼어내 대책을 내놓기 어렵고, 정부가 개입할 경우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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