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5천억-세브란스 1조의 현실

이기형 기자, 김명룡 기자 2007.08.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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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이오산업 성공의 길<2> 제약산업 지원의 전제

"제약업계 맏형격인 동아제약의 매출이 얼마나 되는지 아나"(A사장)
"5000억원대다.(기자)
"그럼 최근에 파업사태를 겪었던 연세의료원의 매출은 얼마쯤 된다고 생각하나"
"병원 매출이라는 게 아직 낯설다. 어느정도인가"

A사장과의 대화는 국내 제약산업의 현주소로 넘어왔다. 연세의료원 매출은 1조원에 달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동아제약 5000억원-연세의료원 1조원'이라는 비교가 국내 제약산업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제약은 역사가 75년된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다. 영업력, 그것도 업계 손꼽히는 실력을 자랑한다. 이익을 내면 배당도 한다. 다른 나라에 수출도 한다. 그런데 왜 비영리법인인 한 병원보다 매출액이 적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병원은 주식발행을 통해 투자받을 수도, 이익을 냈다고 배당을 받을 수도 없다. 영업도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저수가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05년 병원별 매출을 보면 단일병원으로 서울아산병원이 64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서울병원 4600억원, 신촌세브란스병원 4400억원, 서울대병원 4300억원, 아주대병원 2100억원 순이다. 앞서 A사장이 얘기한 연세의료원 매출 1조는 신촌세브란스, 영동세브란스 등 의료원 산하 병원의 매출을 합한 금액이다.



제약사의 실상은 어떨까. 국내 제약사는 500개를 넘어선다. 이중 매출 500억원을 넘는 곳은 10%가 안된다. 고작 30여개사 정도다. 2005년 매출액을 보면 동아제약 53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유한양행 3900억원, 한미약품 3700억원 등이다. 2006년엔 동아가 5700억원, 한미 4200억원, 유한 4100억원대로 올라섰다.

우리나라 의료환경 속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도약하지 못한 것은 정부를 비롯한 의료계, 제약업계 전체의 잘못된 관행과 규정 때문이라는 게 A사장의 지적이다.

"500개 제약사가 하는 영업이라는 게 어떤 영업인줄 아는가. 물론 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뒷돈의 영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게 직접 돈일 수도 있고, 다른 서비스의 제공이기도 하다. 이같은 제약산업을 우리나라 의료보건체제가 다 먹여살려가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는 제약업계 스스로 인정하는 바다. 신약 등 연구개발에 힘쏟기보다는 카피약을 만들어 강력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회사를 키워왔고, 이를 통해서도 상당한 이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너도 나도 회사를 만들었다. 제약회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만 하면 과징금을 낼 준비를 한다. 리베이트 없이 약을 팔 수 없는 구조다.

제약회사 한 임원은 "의사들의 술자리는 물론이고 결혼기념일 등 각종 기념일, 가족의 생일을 챙기고, 심지어 휴가지까지 따라가서 영업하는 친구들도 있다"며 "약의 효과가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약을 팔기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A 사장은 이같은 고리를 끊는데 FTA(자유무역협정)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절호의 기회라는 것. 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는 "한미 FTA 타결로 가장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제약산업에 정부가 앞으로 수조원을 지원키로 했는데 제약사들 연명하는데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그는 말했다. "매출 2조원정도는 돼야 제대로된 신약개발 투자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위제약사 4개가 합쳐야 그정도 규모다. 제약사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면 정부지원은 그들의 생명만 연장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업계 전반에 걸쳐있는 잘못된 관행이 사라지도록 '시장의 룰'을 바꿔야 한다는 게 A사장의 정부에 대한 주문이다. 그리고 제약산업을 제대로 키울 생각이 있다면 다른 부문의 예산을 삭감하더라도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자동차산업, 전자산업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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