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의 무책임한 펀드판매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7.08.1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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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은행의 무책임한 펀드판매


"약(藥)아니면 독(毒)이니까, 알아서 고르세요"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조재익씨는 최근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K은행의 한 지점을 찾았다.

"전부터 중국 펀드에 가입하고 싶었는데, 지금이라도 괜찮을까요?"



판매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서브프라임 우려가 있지만,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은 문제없다'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보여줬다.

판매사가 가입을 권유했지만, 조 씨는 "좀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하고 나왔다.



조 씨는 다음날 외근 중 짬을 내서 K은행의 다른 지점을 찾았다.

"중국 펀드에 가입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서브프라임 때문에 불안합니다"

이 판매사는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서브프라임 불똥이 중국 등 신흥국에도 퍼질 수 있는 만큼, 지금은 선진시장펀드가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있죠"

조 씨는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더 물어볼 만한 상황이 아닌 것 같아 그냥 생각대로 중국펀드에 가입키로 했다. 적립식으로 매달 20만원씩.



국내 대형은행에 가면 펀드광고가 참 많다. 눈에 보이는 펀드들 뿐 아니라 취급하는 펀드가 백여개는 된다고 한다.

펀드판매 창구에 진열되는 펀드들은 거의 대부분이 신상품. 한창 잘 나가던 펀드들도 신상품이 나오면 뒤안켠으로 밀린다. 물론 과거 히트펀드를 꼽아 'A펀드에 가입하려고 왔습니다'라고 하면 '물론 있습니다'라며 가입신청서를 준다.

국내에서 가장 큰 펀드백화점은 국내 대형은행. 그러나 펀드백화점 은행이 실제 백화점과 다른 점은 약과 독이 모두 비치돼 있다는 점이다. 서브프라임, 증시조정 등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닥치겠지만, 은행은 그냥 내놓은 상품을 권해 팔거나, 원하는 상품을 찾아주면 그만이다.



증권사의 경우 우리투자증권 등 일부사부터 '판매사 책임주의'가 솔솔 나오고 있다. 때론 리서치센터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은행은 거리낄 것이 없다.

기자와 지인인 조씨는 한 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은행에 펀드가입하러 갔는데, 물어봐도 별로 도움이 안되더라"



물론 조씨는 그때까지 판매에 대한 대가로 매달 2000원이 넘는 돈을 K은행에 낸다는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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