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이성태 총재를 위한 변명](https://thumb.mt.co.kr/06/2007/08/2007081417025455545_1.jpg/dims/optimize/)
“한국의 경쟁력은 이제 한계에 온 것 같습니다. 지대(임대료)와 인건비 등 요소비용이 매 높은데 노동생산성은 떨어지고 있어 경제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전 산업은행총재)
부동산 값의 과도한 상승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계층의 불로소득을 부풀린다. 반면 부동산을 갖고 있지 않는 계층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 박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리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불로소득을 확보하기 위한 ‘재테크 경쟁’에 뛰어든다. 하지만 부동산 값은 더 빨리 오른다.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그렇게 많이 풀린 돈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의 균형발전을 앞당기는 데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았다. 하지만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시중에 많이 풀린 돈이 부동산 주식 골동품 서화 등에 몰리며 자산가격 버블을 만들어 냈다. 자산가격 상승은 생계비 상승으로 이어져 인건비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경제의 장기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걸쳐 10년 동안 공급된 과잉유동성은 이미 ‘괴물’이 되어 버렸다. 괴물이 송사리였을 때는 조그만 그물이나 소량의 살충제로 없앨 수 있었지만, 괴물이 되어버렸을 때는 괴물을 잡기 위해선 강력한 농약을 쓰면 한강의 생태계 파괴를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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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7월과 8월 2개월 연속 콜금리를 인상했다. 7월 인상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8월 인상은 예상을 뒤엎고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과잉유동성의 폐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고통이 예상되더라도 더 이상 과잉유동성을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총재와 한은은 불운하게도 서브프라임모기지란 역풍을 만났다. 이 총재가 콜금리를 올린 그날 밤,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가 서브프라임모기지와 관련된 펀드의 환매를 금지시킴으로써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총재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돈키호테처럼 금리를 올리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서브프라임모기지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 밖에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엄청나지만, 이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 증권(MBS)이 그다지 발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및 유럽과 한국은 상황이 다른 것이다. 병이 다르면 처방도 다르다. 감기에는 통상 아스피린을 먹지만, 천식에 아스피린은 독약처럼 위험하다.
정책의 목표는 뚜렷하다. 시스템 위기는 막되 불로소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한은이 금리를 올린 것에 대해 글로벌 정보가 부족해 하루 앞도 내다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일원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여전히 과잉 유동성에 따른 자산버블로 인한 요소가격(부동산값 및 임대료와 인건비 등) 상승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코스피지수가 고가에 비해 30% 가량 떨어졌지만 연초에 비해선 아직도 20% 가까이 올라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태풍으로 주가는 더 떨어질 수는 있어도 시스템 위기를 얘기할 단계는 아닌 것이다.
땅값과 인건비 등 요소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한 한국 경제의 경쟁력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경쟁력의 지속적 하락은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지금 내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우리 자녀들에게 힘든 미래를 물려주는 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오만이자 죄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