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자금, 서브프라임 위기 휘발유?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2007.08.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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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액 투입 추정…급격한 시장 이탈로 사태 악순환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위기의 배경에 엔캐리 자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없지만 국내에도 이미 3-4조원 규모의 엔캐리 자금이 들어와 자금시장을 ‘활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언제든지 금융시장 불안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최근 2년간 국내로 유입된 엔케리 자금을 6조7000억원 정도로 추정했는데, 이 역시 추정한 것일 뿐이다.



14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많은 투자를 한 헷지펀드들의 투자자금중 상당부분이 엔캐리 자금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엔캐리 자금의 정확한 규모는 그 특성산 산정하기 힘들다”면서 “다만 전세계의 고금리 시장을 찾아 떠돌아 다닌다는 특성에서 서브 프라임 시장에도 당연히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들어가 있는 엔캐리 자금은 340억달러 수준에서부터 최고 1조달러까지 될 것이라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으나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주택시장의 불황으로 서브 프라임의 연체율이 상승하게 되고 이는 미국의 경기침체 전망과 어울려 엔 캐리 자금이 급속히 일본으로 ‘환류’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엔캐리 자금이란?
엔캐리 자금은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서 달러화나 유로화 등 다른 통화로 바꾼 뒤 그 돈으로 금리가 높은 자산에 투자되는 자금을 말한다.


오랜 불황으로 일본의 정책금리가 장기간 0%대를 유지되면서 금리가 거의 없는 엔화를 빌려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에 투자하면 그 금리차익을 챙기는 그야말로 ‘땅짚고 헤엄치는’ 돈장사를 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의 정책금리는 0.5%수준이고 미국은 5.25%수준이기 때문에 금리차만도 5.20%포인트가 격차가 난다. 1억원을 빌려 미국에 투자해 놓으면 가만히 앉아서 매년 최소 500만원의 이자를 꼬박 꼬박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세계적으로 최소한 수천억 달러의 엔캐리 자금이 활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07년 4월 현재 전세계 엔캐리 자금은 대략 1700억달러 규모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고금리를 찾아헤매는 엔 캐리 자금

권오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재경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의 기저에 과도한 엔캐리 트레이드가 있다”면서 “이러한 이자차익 거래가 과도하면 자금이 유입된 나라의 거시경제를 흔들 수 있고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투자자금이 급격히 회수되면 외환위기와 같은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엔캐리 자금과 서브 프라임사태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엔캐리 자금은 말그대로 고금리를 찾아 전세계를 떠도는 ‘승냥이떼’와 같다. 특히 낮은 금리의 엔화를 대출받아 높은 금리의 국가 통화로 바꿔 금융시장에 들어가 금리차액을 거두는 자금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환율이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된다.

환율 동향이나 방향에 따라 엔 캐리 자금의 흐름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주택시장에 문제가 서브 프라임 문제로 번지면서 이것이 미국 경제침체를 가속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엔 캐리 자금이 급격히 일본으로 ‘환류’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경기침체는 곧 달러를 가진 사람들의 불안을 가중시켜 달러를 팔고 자국 통화나 다른 통화로 바꾸려 하거나 미국 주식시장에서 떠나려 하기 때문에 달러화 약세를 유발할 수 밖에 없다.

미국 경제수장들이 일본이 금리를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도 엔 캐리 자금의 급격한 이탈은 미국 경제에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같은 판단때문이다.

◆엔캐리 자금 이탈시 서브프라임위기 악화

달러화 약세는 곧 엔화의 강세를 의미하기 때문에 엔 캐리 자금의 투자자들은 더 늦기 전에 달러를 엔화로 바꿔 빨리 미국을 빠져 나가려 하고 이는 다시 서브 프라임 시장의 악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엔 캐리 자금은 금리차익을 본 뒤 자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언젠가는 결국 엔화로 바꿔야 한다”면서 “달러를 115엔에 사서 미국 시장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엔화 강세로 110엔이 된다고 한다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엔화 강세가 예상되면 재빨리 시장을 빠져 나가 일본으로 환류한다는 것이 엔 캐리 자금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금융시장은 ‘심리시장’이라고 할 만큼 투자자들의 심리가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엔화 강세가 예상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더 늦기전에 빠져 나가자는 ‘대중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엔 캐리 자금이 주식이나 채권 등에 많이 투자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엔 캐리 자금이 급격히 빠져 나가면 자산가격이 떨어지고 환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외환위기 당시처럼 외화유동성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금리를 찾아 다니는 엔 캐리 자금의 성격과 헷지펀드의 특성이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미 서브 프라임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헷지펀드에 엔 캐리 자금이 많이 투자됐을 것”이라면서 “주택시장 불안이 시작되면서 급격히 엔 캐리 자금이 빠지려 하고 이는 다시 서브 프라임 사태를 키우는 촉매제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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