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편식'은 그만 '분산전략' 추진중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오승주 기자 2007.08.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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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 중성화, 해외투자 분산, 국내투자 확대 추진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이 '공격 전략'의 수위를 낮추는 대신 '분산·안정 전략'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는 국내외 증시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 프라임 모기지)발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13일 자산운용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펀드시장의 최강자인 미래에셋이 △포트폴리오 중성화 △해외투자 분산 △국내투자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자산운용업계는 물론 증권업계 등에서도 미래에셋의 변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래에셋의 변화가 '전술적 차원'인지 '전략적 차원'인지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향후 자산운용 및 투자 전반에 걸쳐 변화가 일어날 경우 국내 시장에 만만치 않은 파급효과를 일으키게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국내 증시에서 특정 종목이나 업종을 대상으로 중단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기계 대체에너지 정보기술(IT) 자동차 등으로 투자자산을 다양하게 분산·운용할 계획이다.



이는 특정 종목이나 업종에 지나치게 집중할 경우 자칫 '편식현상'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래에셋은 집중전략을 통해 시장에 '미래에셋 워처(watcher)'란 신조어를 만들 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해 왔는데, 이번 변화모색으로 시장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지 주목된다.

이같은 변화는 미래에셋의 국내 펀드들이 최근 수익률 급락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다. 미래에셋의 펀드들은 지난달 수탁액 전체 증가금액 가운데 4분의 1 가량을 끌어모으며 인기를 유지했으나 조정장 속에서 대부분 펀드들의 7, 8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에 비해 크게 뒤져 체면을 구겼다. 집중전략을 펼친 결과 투자종목 상승시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는 반면 하락시에는 '집중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내 투자기관 중 가장 먼저 해외시장에 진출한 미래에셋은 해외투자에도 '분산 전략'을 도입·시행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해외진출 초기에 주로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이머징마켓의 펀드시장에 진출했는데, 이를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으로 다양화하는 방안을 펼치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올해 미래에셋영국자산운용이 개설되면 해외펀드 포트폴리오는 더욱 다양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리스크를 분산해 투자 안정성을 높이려는 조치다. 특히 글로벌 투자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머징마켓을 넘어 선진시장에서 승부걸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래에셋은 또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자산확대를 위해 지점을 대폭 늘리는 것도 이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6월 7개 지역본부를 두고 각 지역본부에 지점 확대를 지시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의 지점수는 83개로 향후 20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증권·투신업계는 미래에셋의 변신 모색에 대해 일단 긍정평가를 내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집중전략을 통해 대형화와 수익률 극대화를 동시에 추구했다"며 "과거 현대투신에서 봤듯 대형펀드의 리스크 강화 및 입지 약화는 곧 전체 시장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를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관들의 시장영향력을 높이는 '첨병'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긍정 역할도 컸지만 지나친 공격성향으로 시장 우려도 높여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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