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조투자 실패 용납할 수 있나

이기형 기자, 신수영 기자 2007.08.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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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이오산업 성공의 길<1> 신약개발의 조건

편집자주 바이오.제약산업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타결 이후 이에 대한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제약회사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 '신약개발에 나서야 한다' 등 말은 많지만 제약사들의 행태는 여전하다. 그러던중 한 바이오전문가 A사장을 만났다. 그는 명쾌한 방향을 제시했다. 바이오.제약.의료산업에 대한 그의 애기를 3회에 걸쳐 풀어본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세계시장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아는가"
"미국, 유럽....그리고"
"일본, 그리고 기타시장이다. 4개로 시장으로 구분한다. 일본은 아시아 시장과 별도다."
"일본시장이 그렇게 큰가요?"
"시장의 크기도 크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신약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시장이라는 데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A 사장과 기자의 대화 첫마디다. 축구에서든 뭐든 일본은 국민정서상 우리에게 만만한 나라다. 이웃의 고만고만한 경쟁국이라고 생각이 뇌리에 박혀있다. 하지만 제약산업에서 한국이 일본의 격차는 서로 눈조차 마주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우선 시장규모에서 일본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의약품시장 분석기관인 IMS헬스에 따르면 2006년 세계 제약시장의 규모는 6430억달러. 이중 북미 시장이 2901억달러로 전체시장의 45%를 차지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 스페인 등 유럽 5개국은 1232억달러. 일본은 640억달러다. 중국 인도, 아시아태평양 아프리카를 모두 합쳐 660억달러인 것과 비교해보면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일본은 아시아와 별도로 통계자료가 작성된다. 단일국가로는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기타에 속한 나라일뿐이다. 물론 기타에서 아시아는 주목받는 시장이다. 한국도 잠재력면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외면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데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다.



A 사장은 "시장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미국 유렵의 범주에 한국을 올려놓을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다. 그리곤 "그건 오산"이라고 말을 이었다. 미국과 유럽의 반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들과 같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고, 실제로 신약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저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 신약을 만드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라는 얘기가 나오는지 아는가"라고 물어본후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신약을 연구소 하나, 제약회사 하나가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사회전체적으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기초연구에서부터 전임상, 임상, 그리고 제약회사, 병원 등 수많은 회사나 기관들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야만 가능한 게 신약개발이다. 바이오산업이 어느 한 곳만 뛰어나서 되는게 아니란 얘기다. 우리사회도 몇년전 그걸 직접 경험했다."


그는 바이오,제약산업을 제조업의 자동차산업에 비유했다. 자동차에 수십만가지의 부품이 들어가고, 수많은 협력회사들이 함께 살아가는 '제조업의 종합예술'이라면 바이오.제약산업도 더하면 더했지 못할 게 없는 '고부가가치 종합예술'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물론 크게 다른 한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눈에 보이지않는 지식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하는 산업"이라고 A사장은 설명했다. 예를들면 1년에 1000억원씩 10년동안 1조원을 투자해서 하나의 신약이 나올까 말까하는 시스템을 용납할 수 있는 사회이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바로 그 나라가 신약을 만들어 낼수 있는지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그의 요지다.

그는 "바이오산업이 단순히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에 신약이 나오는 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구자는 연구개발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그 돈이 쓰인 것을 사회가 인정하는 전체적인 사회분위기가 성숙해야 가능하며, 한 회사가 돈만 많이 쏟아붓는다고 되는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얘기는 계속 이어졌다. "엄밀히 말해 지금까지 제약산업은 국내에 없었다. 그래서 기타시장에 속해있는 것이다. 자동차나 휴대폰산업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데 왜 유독 제약산업은 요모양 요꼴인지 정부는 물론 업계, 연구기관 등 모두가 반성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 첫번째는 10년동안 1조원을 들여 연구개발에 열중한 회사가 설사 신약개발에 실패해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신뢰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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