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심씨
ⓒ사진작가 안웅철, 환경재단
ⓒ사진작가 안웅철, 환경재단
탤런트 고두심(56)씨가 지난 10여년간 기부한 돈은 모두 합해 5억5800여만원. 인터뷰 도중 그가 띄엄띄엄 털어놓은 기부 내역을 각 단체에 확인해본 결과였다.
그가 직접 모금에 나서 거둬들인 돈만 해도 3억여원에 이른다. 그는 2002년 10월, 7박8일 동안 걸어서 제주도를 일주해 1억700여만원을 모금해 제주예총회관 건립 기금으로 전달했다.
그의 진정성은 작은 실천에서 더 깊게 느껴진다. 그는 1993년부터 14년 동안 한국복지재단에 기부해 1대1로 소외층 어린이를 도왔다. 한국복지재단, 아름다운재단 희망가게, 분당 서울대병원 등 무수한 사회복지단체의 홍보대사로도 봉사했다.
국내 연기자들에게 우상으로 꼽히는 '배우 고두심'. 어떤 힘이 그를 나눔의 길로 이끌고 있는 걸까. '김만덕의 나눔 쌀 천섬 쌓기' 행사가 제주시에서 열렸던 지난달 28일. 하룻 동안 그를 따라다니며 카메라 바깥의 그를 만났다.
◇"카메라 빨간 불 꺼지면 아무 욕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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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빙떡 하는 데 없수까?"
오전 10시반. 손님들의 입이 심심해지던 차였다. 승합차 맨 뒷자리에 앉은 고두심씨가 소리친다. 빙떡은 메밀가루로 부친 전에 무채를 말아 먹는 제주 전통 음식. 차 안엔 '김만덕의 나눔 쌀 천섬 쌓기' 행사 참석 차 제주로 온 손님들이 가득 차 있었다.
"'왕 방 강 고릅서'가 무슨 말이게?"
그가 일행을 돌아보며 물었다. 해석이 분분하다. 답은 '와서 보고 가서 말해주세요'. 서울말로 11글자가 제주말로 6자다. 제주엔 바람이 많이 불어 말이 날아가 줄었단다. 일행이 폭소를 터트린다. 일행과 함께 깔깔 웃는 고씨의 모습이 그저 이쁘장한 50대 아줌마 같다.
↑동료탤런트 박순천, 이미영씨와 함께
제주시 산지천변 객주터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김만덕 제례에 참석한 고두심씨
ⓒ이경숙 기자
제주시 산지천변 객주터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김만덕 제례에 참석한 고두심씨
ⓒ이경숙 기자
그 자신도 알았다. 카메라 앞에 서면 자신이 달라진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드라마 카메라일 땐 자신의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진다고 그는 말한다.
"이상하게 드라마 카메라에 빨간 불만 들어오면 완전히 내가 아닌 거야. 바닷 속 소용돌이에 확 빨려들어가듯 내가 아닌 것이 된 느낌에 빠져버려. 거기서 빠져나오면 아무 욕심이 없어요. 거기서(연기에서) 기진맥진해서 힘이 안 생기는지 몰라도."
그래설까. 수많은 드라마와 CF로 유명한 그이지만 정작 모은 돈은 10억원도 채 되지 않는단다. 인터뷰 시리즈 제목이 '당당한 부자'라고 말하니, "난 아닌데"라고 되받는다.
"하긴, 당당하긴 당당하지. 열심히 일해서 오늘 날 고두심이니까. 근데 부자는 아니에요. 한 10년 동안 평생 10억만 쥐어보고 죽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게 안 모이는 거야. 크게 들어오면 크게 나갈 일이 반드시 생겨요."
그가 말하는 '크게 나갈 일'이란 대부분 기부였다. 그 돈을 쥐고 있었더라면 지금쯤 거뜬히 10억 부자가 되어 있을 터. 하지만 그는 쓸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한다.
"나갈 때 나가더라도 생기는 게 좋잖아. 들어와서 기분 좋으면 나가는 것도 재밌잖아. 누구한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좋은 거지. 받는 사람 입장은 얼마나 껄끄럽겠어. 얼마나 갑갑하겠어요. 그래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보는 눈이 있어 감사해"
"돈은 돌고 돌아 돈", "내 주머니에만 있으면 돈이 아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는 고인 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