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시험대오른 애널 '낙관바이어스'

전필수 기자 2007.08.1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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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에 비해서도 심해..서브프라임위기로 또한번 시험대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글로벌 신용경색 충격을 받아 코스피지수가 3-4%씩 급조정을 받는 빈도가 높아지며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과 분석에 대한 신뢰가 다시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BNP파리바 쇼크로 코스피가 4.2%떨어진 지난 10일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라는 의견은 거의 찾기 힘들고 1800선이 지지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주류를 이뤘다.



13일도 장향배에 대한 분위기는 비슷하다. 이경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2003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글로벌 증시 강세 국면의 추세 훼손까지 논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밝히고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주가 급락은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물론 파생상품으로 얽히고 설킨 서브프라임위기를 예단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애널리스트 전망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 전망에 대해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는 것은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외국의 애널리스트에 비해서도 너무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해온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매수를 권하는 셀사이드에서 있을 수 밖에 없는 일종의 바이어스인데 그러한 위치를 감안해도 심하다는 지적이다.

중견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의 실적추정치가 대부분 실제 실적치보다 낮게 나오고 웬만하면 다 '매수'로 추천하는 등 낙관쪽으로 기울어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하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기업의 분기별 순이익이 몇년째 두자리수 증가를 유지했는데 이는 대부분 애널리스트 전망을 웃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8월27일부터 9월1일 fn가이드에서 관찰된 국내애널리스트의 주요기업 연간 EPS(주당순이익)치 상향하향 현황에서도 이런 바이어스는 잘 관찰된다. 이기간 관찰된 EPS추정치 상향건수 52건중 14건만이 추정치가 실제치를 밑돌았고 EPS추정치가 하향조정된 68건중에서도 불과 17건만 추정치가 실제치를 밑돌았다. 시기적으로 대략 지난해 기업실적의 60%이상을 알고 있는 시점에서 연말 예상하기 힘든 결산변수를 생각해도 바이어스가 심한 모양새다.


2분기 실적시즌이 끝나가는 지금 시점에서도 비슷한 경향은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게임주 중의 하나인 엔씨소프트가 그 사례다. 국내 증권사들은 상당수가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을 들어 '매수'를 권고했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작 게임과 불후의 명작 '리니지2'의 업데이트로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저점 매수의 기회'(현대·CJ증권) '리니지 부진보다 신규게임 모멘텀에 주목'(하나대투증권) '동트기 직적이 가장 어둡다'(키움증권) '3분기부터 실적 본격 호전'(한국증권) '2008년을 기대하며'(미래에셋) 등 장미빛 전망이 주류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외국계 증권사들은 엔씨소프트의 전망에 대해 부정적이다. 골드만삭스는 리니지의 부진 지속과 신작게임 아이온의 출시 연기를 악재로 평가했다. 메릴린치는 신작게임들의 출시로 실적이 개선되겠지만 이것이 2009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맥쿼리는 "글로벌 경쟁 심화 등 악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낙관적인 전망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외국계와 국내 증권사의 시각 차이는 다음, 한빛소프트, 웹젠 등 다른 인터넷 게임주들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신규게임 출시 등 호재성으로 보이는 이슈가 나오면 국내 증권사들은 상당수가 긍정적 의견을 쏟아내는데 비해 외국계는 비교적 중립적 의견이 많다.

인터넷 게임을 담당하고 있는 국내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인터넷게임회사 일부가 발표했던 게임과 서비스를 연기해 신뢰를 잃으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그것을 냉정하게 반영하는 반면 국내 증권사는 시장에 나오지도 않은 게임을 두고 투자의견과 목표가를 올렸다 그 게임이 연기되거나 인기가 없어 주가가 하락하면 못본체 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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