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전염병과의 싸움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7.08.1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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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P 파리바 쇼크' 폭락…내주 험난한 장세예상

검은 금요일인 10일.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위기(credit crisis)라는 전염병이 전세계 증시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가 미국에서 건너온 전염병에 감염됐다고 고백했다. 이후 바다건너 한국시장의 코스피는 '세계 최대 하락증시'라는 꼬리표를 얻었다.

하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수혈에 나서고 있지만, 실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을 치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앞선다.



더욱이 치유를 한다고 하더라도 레버리지로 얽힌 자금이 아니라 실제 '실탄'으로 수혈하는 만큼, 유동성에는 적잖은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전세계 증시의 '유동성 랠리'는 이제 어떤 형태로든 타격을 입은 셈이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제2의 BNP파리바'에 대한 루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음 진로는 독일이다. 영국이다' 등등.

서영호 JP모간 전무는 과거 LG카드가 ABS의 환매요구에 시달리다가 못막아서 터진 사례를, 이원일 알리안츠 자산운용 대표는 99년 한국의 대우채 사태를 비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이라는 전염병은 이보다 더 무대가 넓고, 예측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세계적인 펀드 모라토리움 사태'에 대한 우려도 등장한다.


골드만삭스나 JP모간 등 대형투자은행이 감염사실을 고백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금융시장의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이들 투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신용을 창출한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이나 자산담보부증권(CDO)을 가장 많이 팔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같은 대형 투자은행 관계자들은 이정도로 답변을 정리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 회사는 튼튼합니다"

국내 증시는 다음주 역시 험난한 과정을 겪을 것이 불보듯 뻔하다. 물론 전일 미국증시가 낭보를 전해올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보인다.

외인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팔자에 나설 것이고, 그 매도세는 상당부분 또 한국증시가 떠안을 것이다. 한국증시에는 개인과 기관들이 엄청난 돈뭉치를 들고 매물대를 형성하고 있고, 아울러 든든한 선물시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역시 주식의 편입비중을 줄이면서 근근히 버텨가는 모습이다.

물론 어두운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이경수 대우증권 연구원의 설명을 빌면, 주요 선진국의 중앙 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통한 대응에 나서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이는 지난 8월 FOMC 회의에서 FRB가 신용 경색 위기를 인지하고 있다는 발언에 이어 이는 시장에 점차 안정감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 전염병의 치유 과정에서 공포감이 극대화 될 수 있겠지만, 2003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글로벌 증시 강세자체를 꺾을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이재헌 도이치자산운용 상무의 반응도 비슷하다.

"당분간 유동성에는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주식에 대한 긍정적 관점을 버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10일 올해 최대규모의 폭락장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주식을 흡수한 개인들에 대해서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한 외국계 증권사 주식운용본부장(CIO)에게 개미투자자들의 대처 방안을 물었다. 그는 극구 답변을 부인하다가 '당신의 가족이 투자한다면 어떻게 말하겠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한다.

"무서운 장인데... 개인들이 변동성을 당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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