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펀드모라토리엄 사태 올수도"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7.08.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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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한국의 대우붕괴와 비슷…코스피 1600도 가능"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위기가 유럽2위의 글로벌은행그룹인 BNP파리바가 고객의 펀드환매에 응하지 못하는 사태로 번진 것이 위기의 끝이 아니라 더 큰 불행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레버리지로 얽히고 설킨 거래의 특성상 사태의 진실과 파장이 어디까지 진전될지 진단하기 힘든 게 현실. 그러나 BNP 파리바 환매중단과 선진 중앙은행의 대규모 긴급자금 공급으로 최소한 서브프라임 위기가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에 흉터를 남길 수 있는 태풍이 될수 있는 가능성은 확인됐다.



◇"심각한 신용붕괴 신호가능성 높다"=이원일 알리안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10일 "BNP파리바의 환매 중단은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며 "심각한 신용붕괴의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대표는 이날 "유럽에서 이름있는 BNP파리바가 고객들에게 환매 대금을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99년 한국의 대우채 사태와 비슷한 것으로 보면된다"며 "미국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물린 채권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알수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세계적인 펀드 모라토리엄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99년 당시 대우그룹이 붕괴하면서 대우채를 편입한 펀드의 가치산정이 불가능해 환매가 일시 중단됐었다.



이 대표는 상황이 나빠질 경우 한국 증시는 최근 2000선까지 비정상적으로 달려왔기에 이같은 사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모간스탠리, 골드만 삭스 등 대형 메이저 투자은행(IB)들의 관련 펀드들도 환매 중단을 배제하지 못해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이대표는 코스피지수는 최악의 경우 160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더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대표는 "중간중간 지수 반등을 시도하겠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전세계 자산 구조가 수년간 지속된 고수익ㆍ고위험에서 벗어나는 패러다임 변화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700으로 밀릴 가능성도 봐야"=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는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과 BNP파리바 환매 중단 사태가 절묘하게 겹치면서 국내 증시의 낙폭이 커졌다"며 "코스피지수는 최대 1700선까지 밀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이날 지수가 타 아시아시장에 비해 더 급락한 배경으로 "그동안 국내 증시의 상승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 조정론이 힘을 얻는 시기에 악재가 동시에 터져나왔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조정 국면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국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사태의 확산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유보했다.다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이미 2번 이상 국내 시장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서는 여파가 덜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이 전무는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시장의 흐름에 당분간 세계증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단언키는 어렵지만 예상외로 문제 해결이 쉽사리 이뤄질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지수를 보지 말고 종목을 볼 것을 주문했다.

이 전무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만큼 지수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주도주 교체 등 시장의 흐름이 바뀔 공산이 크기 때문에 냉정하게 종목중심 투자패턴으로 변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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