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외국계와 국내 리포트가 다른 이유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2007.08.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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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인터넷 게임주들의 2분기 실적발표가 대부분 마무리 됐습니다. 실적 시즌이면 항상 그렇듯 이번에도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가 쏟아졌습니다. 기업의 실적 발표 다음날 오전 나오는 보고서를 보다 보면 일부 기업의 경우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바로 외국계와 국내 증권사들의 뚜렷한 시각 차이입니다.

9일 나온 엔씨소프트에 대한 보고서들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은 상당수가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을 들어 '매수'를 권고했습니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작 게임과 불후의 명작 '리니지2'의 업데이트로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이유에서였습니다.



'저점 매수의 기회'(현대·CJ증권) '리니지 부진보다 신규게임 모멘텀에 주목'(하나대투증권) '동트기 직적이 가장 어둡다'(키움증권) '3분기부터 실적 본격 호전'(한국증권) '2008년을 기대하며'(미래에셋) 등 장미빛 전망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이날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증권사들과 달리 대부분 엔씨소프트의 전망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리니지의 부진 지속과 신작게임 아이온의 출시 연기를 악재로 평가했습니다.



메릴린치는 신작게임들의 출시로 실적이 개선되겠지만 이것이 2009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맥쿼리는 "글로벌 경쟁 심화 등 악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낙관적인 전망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같은 외국계와 국내 증권사의 시각 차이는 다음, 한빛소프트, 웹젠 등 다른 인터넷 게임주들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신규게임 출시 등 호재성으로 보이는 이슈가 나오면 국내 증권사들은 상당수가 긍정적 의견을 쏟아내는데 비해 외국계는 비교적 중립적 의견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국내 증권사에 인터넷 게임을 담당하고 있는 한 애널리스트의 말이 어느정도 답이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회사를 평가하는데 있어 그 회사의 신뢰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인터넷 게임주들 중 일부는 발표했던 게임과 서비스의 출시 일정 연기 등으로 신뢰를 잃은 것이 외국계 증권사들로부터 냉정한 시선을 받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국내 증권사들에는 매수 의견이 많냐는 질문에 이 애널리스트는 "아직 시장에 나오지도 않은 게임을 두고 투자의견과 목표가를 올렸다 그 게임이 연기되거나 인기가 없어 주가가 하락하면 못본체 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물론 국내 증권사들의 분석이 외국계보다 못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투자자들에 대한 신뢰를 얻는 부분에서는 아직 그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 입맛이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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