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BNP는 누구, 소문 무성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2007.08.1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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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경색 우려가 BNP파리바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다음 희생자가 누가 될지에 대해 온갖 소문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는 9일(현지시간) 16억유로(22억달러) 규모의 3개 펀드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은 BNP의 선언으로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이자 948억유로(1306억달러)의 단기자금을 긴급 수혈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BNP 사례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그 다음 희생자는 누가 될지 온갖 소문이 무성하다고 10일 보도했다.



獨, IKB 사태 이후 바짝 긴장

BNP 사례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얼마나 만연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스위스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은행들은 고객들에게 초라한 펀드 투자 성적표를 공개하고 있다.



BNP 사태에 가장 놀란 것은 독일. 이미 산업은행(IKB) 사태를 겪은 데다 ECB가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서면서 파장이 금융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자 독일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인싱어 드 뷰포의 마크 오스트왈드 애널리스트는 "독일 연방은행이 모든 은행들에 서브프라임 관련 사실을 털어놓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페어 슈타인브뤽 독일 재무장관은 IKB 사태가 불거진 이후 주요 은행장들을 소집해 구제책을 논의했었다.


심지어 골드만 삭스의 펀드도 자금 규모가 지속적으로 축소되면서 청산 위기에 처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기도 했다.

◇ 서브프라임 우려 확산, 저금리 탓(?)

애널리스트들은 서브프라임 우려가 유럽에 상륙한 한 원인으로 저금리를 꼽았다. 미국과 유럽은 닷컴 붕괴와 9.11 테러 이후 모두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왔다.

사모투자회사들이 저금리 덕에 막대한 자금을 한없이 빌리며 리스크가 무한대 증폭됐다는 것. 실제 이들은 대규모 자금을 차입하며 전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을 뒤흔들었다.

은행이 대출 유치를 위해 신용평가기관 등 금융기관들이 제시하는 디폴트 예측 모델을 기초로 리스크 높은 대출에 선뜻 응한 것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비우량에서 우량으로 전염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의 가치는 지난해 말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베어스턴스의 모기지 펀드가 청산 위기에 처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속도가 붙고 글로벌 신용 경색 위기로 이어졌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그제서야 리스크를 낮추기 시작했고 투자자들도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유동성은 갑작스레 증발했다. 이는 곧이어 모기지 관련 위험 채권을 넘어 우량 채권으로까지 여파가 확산됐다.

슈로더의 조나단 애스퀴스 매니저는 "서브프라임 위기는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신용경색 우려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높은 등급의 우량 채권마저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클레이 캐피털의 로버트 매카디 신용전략팀장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과 일반 채권은 구분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하락해 사과와 오렌지를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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