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인상, 채권펀드 환매 '불 지핀다'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7.08.0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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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예금 금리 올라 경쟁력 떨어져…추가인상 우려도 한몫

채권형펀드가 콜금리 인상으로 '수익률 악화와 자금이탈'이란 악순환에 더욱 깊이 빠졌다.

콜금리가 오르면 채권금리도 상승(채권가격 하락)하는데, 채권 매매를 하는 채권형펀드는 자산 가격이 떨어져 손실이 발생한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0.06%포인트 올라 악재로 작용했다. '악재'가 사라지면 '불확실성 제거'로 해석, 호재로 인식되는게 일반적이지만 향후 전망이 녹록지 않아 채권 펀드매니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9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수탁액 100억원 이상 공모형 채권형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8일 기준)은 4.04%에 불과했다. 6개월 평균 수익률은 1.90%, 연 수익률로 환산할 경우 3.80%로 저조한 성과를 냈다. 은행의 정기예금금리 5%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익률 악화는 자금이탈을 부르고 있다. 채권형펀드 수탁액(7일 기준)은 46조5396억원으로 1년전보다 2조6327억원 감소했다. 최근 자금 이탈폭이 둔화되긴 했지만 지난 2005년과 2006년 채권형펀드의 연 평균 수익률이 각각 1.86%, 4.72%에 불과하자 지속적인 환매를 겪고 있다.

채권형펀드의 '과거'와 '현재'가 어두었지만 문제는 '미래'마저 불투명하다는데 있다.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감이 여전한 탓이다. 통화당국의 긴축기조가 꺽이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나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면 콜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콜금리 결정은 유동성과 물가, 경제 3요소로 하는데, 유동성의 경우 금리가 올라 은행 대출이 감소해 줄어들 수 있지만 예금이 줄어든 은행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 다시 유동성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물가도 유동성이 줄지 않아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반기 경기 회복 여부도 콜금리 인상 우려감을 증폭시키는 원인이다. 신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이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4%후반이나 5%로 판단하고 있지만 이보다 높은 5%를 웃돌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만약 실제로 한은이 관측한것보다 높은 수치가 나오면 콜금리 인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과 물가 경기 모두 콜금리 인상쪽에 기울고 있는 국면으로 한은의 긴축기조가 쉽게 꺾이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특히 콜금리 인상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를 높여 채권투자의 매력을 감소시키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날 발빠르게 1년이상 정기예금금리를 5.60%까지 올렸다. 채권형펀드가 손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1년 수익률이 4%에 그치고 있는점을 감안하면 돈이 은행예금으로 빠져나가는 건 당연하다. 더구나 초단기 금융상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형(RP)도 콜금리 인상에 발맞춰 금리를 올리고 있어 60일 이상 투자할 경우 연 4.9%이상도 가능하다.


손경수 동양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채권금리는 실물경기 지표가 상반기 같은 회복추세를 보이지 않고 올해 안에 추가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채권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하지만 주변 여건이 그리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손 본부장은 "금리가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매매손실이 누적돼 은행상품에 비해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면서 "다만 악재가 사라진 후 채권가격이 오르면 신규 투자자의 경우 이전보다 수익률이 좋아지겠지만 큰 흐름상 투자 매력을 느낄정도로 보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난국을 헤쳐갈 해법으로 하이일드펀드(고수익 고위험 채권펀드)가 꼽힌다. 하이일드펀드는 신용등급 'BB+' 이하의 투기등급 채권이나 기업어음에 펀드 자산의 10%이상을 투자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위험이 크지만 기대 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 채권펀드로 투자자를 끌어 모을 수 있다. 또 펀드당 1억원 한도에서 2009년 12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이자소득세를 종전 15.4%에서 6.4%로 저율과세하고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거액자산가에게 매력적이다.

하지만 하이일드펀드는 지난 3월 첫선을 보인 후 인기를 끌다 자금 증가세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이일드펀드 활성화에 발목을 잡는 2가지 문제점이 지적된다.

손경수 본부장은 "일부 기관들이 BBB이하 채권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내규에 정해져있어 이를 고치지 않으면 자금 유입에 한계가 있다"면서 "또한 '펀드당' 분리과세 혜택 한도가 1억원이지만 초기에 '1인당'으로 오해된 부분을 감독당국이나 조세당국이 공문을 통해 명확히 잡아주면 자금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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