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순환출자 특별법안?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7.08.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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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전환 붐으로 세제혜택 통한 해소 대상 기업 크게 줄어

"세제혜택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재벌의 환상(고리)형 순환출자를 놓고 정부가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정부는 당초 세제혜택을 통해 주요 그룹들의 환상형 순환출자 해소를 유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재계의 '지주회사 전환' 붐으로 이런 정책의 대상이 될 만한 곳이 크게 줄었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남아 있다는 정도다.



세제혜택 법안이 자칫 '삼성·현대차그룹 순환출자 해소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 될지 모른다는게 정부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7일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재경부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그룹의 계열사들이 환상형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분을 맞교환(스왑)할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이연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련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3년 거치, 3년 분할 납부토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방안이 확정될 경우 이달말 발표될 세제개편안에 포함된다.

환상형 순환출자 해소 유도를 위한 세제혜택은 지난해 11월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권오승 공정위원장이 '대규모기업집단시책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합의한 사항이다.

그러나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환상형 순환출자 해소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혜택 제도를 마련하더라도 실제 적용될 대상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최종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SK, 두산 등 대부분의 주요 그룹이 이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거나 전환 작업을 시작했다"며 "주요 그룹 가운데 삼성, 현대차 그룹 정도 외에는 순환출자 해소 유도 정책의 대상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SK그룹은 이미 지난달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한진중공업도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 CJ그룹은 9월 중 지주회사 출범을 앞두고 있다. 두산그룹 역시 지주회사 체제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지난 5월 환상형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해소했다.

이밖에 한화, 금호아시아나, 동양, 한솔, 코오롱 등의 그룹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검토 중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미 주요 그룹들의 자발적인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세제지원까지 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또 세제지원의 혜택이 삼성, 현대차 그룹에만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정부에게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현재 삼성그룹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카드 (39,800원 ▲500 +1.27%)-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지배구조의 골간으로 삼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현대차 (277,500원 ▲1,500 +0.54%)기아차 (125,600원 ▲1,900 +1.54%)현대모비스 (241,000원 ▲2,500 +1.05%)→현대차'의 순환출자 고리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만약 3년 과세이연 방안이 채택된다면 삼성, 현대차 그룹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계열사 지분을 맞교환할 경우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3년 뒤부터 3년에 걸쳐 나눠서 낼 수 있게 된다.

이를 테면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15% 전량을 현대차에게 자사주로 넘기고, 현대차로부터 똑같은 금액에 제3의 주식을 받는다면 주식 맞교환 방식의 순환출자 해소에 해당돼 과세이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세제당국 입장에서는 세제혜택이 특정 기업이나 그룹에 집중되는 것이 가장 부담스러운 일 가운데 하나"라며 "양 부처 장관이 합의한 사항인 만큼 세제혜택을 주지 않기는 어렵고, 어떻게 줄 것인지가 세제당국의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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