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가 공룡기업 인수한 저력은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08.0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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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인수한 사모펀드 서버러스의 이모저모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며 세계 금융시장의 지존으로 우뚝 선 사모펀드 서버러스. 이 펀드의 정체는 무엇일까.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사람일까.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크라이슬러 임직원과 딜러, 고객중 서버러스라는 이름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위치에 있다. 철저하게 자신의 정체를 감춰오다 어느날 갑자기 세계 금융시장을 놀라게한 서버러스의 이모저모를 CNN머니가 파헤쳤다.



서버러스의 크라이슬러 인수는 미국 경제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대형 사건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라이슬러가 구축해온 공급, 딜러 시스템은 제조업체의 교본으로 불릴 정도의 수준이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금융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사모펀드와 결합된 것이다.

◇서버러스의 창립자, 파인버그는 누구인가
서버러스는 많은 면에서 다른 사모펀드와 다르다. 단적으로 어려움에 있는 회사를 기꺼이 인수한다. 경쟁사인 실버 레이크의 공동설립자인 글렌 헛친스는 “그들은 천사들조차 가기를 꺼리는 험한 길을 간다. 그리고 대규모 이익을 내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하고만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서버러스에 관련된 것은 알려진 게 별로 없었다. 창립자이자 CEO인 스테판 파인버그는 15년간 철저하게 회사를 숨겼다. 언론노출을 극도로 꺼렸다. 회사 이름도 신화에 나오는 '하데스'(죽음의 나라를 지배하는 신)가 몰고 다니는 '머리 셋 달린 개'를 본따서 지었을 정도다.

그러나 크라이슬러 인수를 계기로 서버러스는 더 이상 지하에 머물수 없게 됐다. 당장 이 회사가 거느린 기업들만 연매출이 600억달러에 이르며 직원들은 25만명에 이른다. 클라이슬러만 8만명이다. 특이 크라이슬러는 언제나 뉴스의 한 가운데 있고 미국 전역에서 소비자들과 만난다.

서버러스를 알기위해서는 창립자인 파인버그를 이해해야한다. "모든게 그를 통해 진행되고 중단된다"고 법률자문단은 전하고 있다. “서버러스는 파인버그 자체”라는 것이다.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의 헨리 크라비스나 블랙스톤의 스티브 스와츠맨과 달리 파인버그는 명성과 거리가 멀었고 수십 억달러의 재산을 가질 만한 위인이 아니었다. 올해 47세인 그는 뉴욕에 있는 철강 판매상인 스프링 밸리의 소유주 아들일 뿐이었다. 그가 사는 맨해튼의 아파트는 너무 평범하다. 그는 다지 픽업을 몰고 차와 총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케주얼을 즐겨입는다.

파크가에 있는 서버러스 사무실은 대형 사모펀드의 것이라고 보기엔 너무 작고 초라하다. 좁은 복도를 따라가면 커피가 묻은 카페트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회색 철재 캐비닛, 구멍난 탈의실도 예사롭지 않다. 벽은 베이지나 회색이다. 도시 한가운데 있는 수유실에 어울릴 듯한 그런 문양을 하고 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구(舊)소비에스 시절의 경제장관 사무실 같다고나할까. 그러나 파인버그에게는 딱이라는 평이다.

그와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 별로도 와인을 들거나 저녁식사를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버러스가 관리하는 ACE 항공지주회사의 CEO인 로버트 밀턴은 “일하는 동안 끊임없이 샌드위치를 먹어야한다”고 말했다. 다른 베테랑 딜러는 "절대로 같이 점심을 하거나 골프를 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파인버그는 82년도에 프린스턴 대학에 진학한다. 82학번이다. 그는 여기서 강인한 추진력과 열정을 보여줬다. 같이 테니스를 쳤던 한 동료는 “그가 만일 선천적인 재능만 있었다면 미국 테니스 챔피언이 됐을 것이다. 그는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시합에 임한다”고 했다. 다른 동료는 “그는 배가 고플 때만 일에서 손을 뗀다. 그가 오후 9시에 회사를 떠나면 분명 집에 가서 다시 일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파인버그를 잘 알려면 매주 열리는 미팅을 관찰해야한다. 이 미팅에는 280명의 임직원들이 직접, 또는 전화로 참여해야한다. 참석자 명단은 화려하다. 전 MCI의 회장이자 COO였던 팀 프라이스, 전 J&J COO였던 짐 레네한, 그리고 수많은 GE출신의 경영자들도 있다. 이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스카웃 제의를 기다리는 업계 고위 임원들은 즐비하다.

회의는 목표로 정한 회사가 어디고 현재의 포트폴이오 상태가 어떤지부터 논의하며 출발한다. 파인버그는 동료들에게 아이디어와 경험, 인맥 그리고 즉각적인 분석을 요구한다. 그는 이때 매우 과도할 정도의 에너지 낭비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손목을 앞뒤로 비틀기도 하고, 펜으로 테니스를 치는 것 같은 동작도 한다.

질문은 쉼이 없다. 참석자들은 파인버그의 기억력에 놀란다. 특히 숫자에 관한 것은 대단하다. 한 참석자는 “그는 지난 12개월동안 다뤘던 기업 가운데 특정 분야의 현금흐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정도”라고 전했다.질문은 통찰력이 넘쳐나며 욕도 없고, 시간을 끌지도않는다. 그가 관심있는 기업에 대한 세세한 금융정보를 회상하는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벽을 통해 볼 수도 있다”고 감탄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서버러스는 방대한 자원을 집중 투입한다. 한 경영진은 “미국 외에서 문제가 있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파인버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72시간을 사무실에 머물며 일명 'SWAT'이라고 불리는 35명의 전문가들과 밤을 지샜다”고 말했다. 이후 5주 연속 쉬지도 않았으며 수천 장의 엑셀 시트를 돌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하루는 밤 늦게까지 이어졌으며 많은 사람들이 퇴근 하지 못했다.

◇위험에 자신있다..위험에 투자해 고수익
서버러스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위험관리다.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모델로 만들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위험에 자신을 얻은 서버러스는 매우 위험해보이는 기업을 집중 공략했다.

파인버그의 진까는 기업과 채권 등 거래대상이 지닌 위험을 다루는 능력에 있다. 대학 졸업후 80년대에 그가 얻은 첫 번째 직업은 드렉셀 버햄 램버트라는 정크본드 회사였다. 그는 여기서 위험이 있는 기업들이 어떻게 돈을 빌리며 무엇보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배웠다. 그는 후에 그런틀 브로커리지에서 근무했다. 두회사는 지금 모두 남아있지 않다. 파인버그는 32세의 나이에 서버러스를 세웠다. 주업은 문제가 있는 채무들이었다. 대부분 채무자들이 상환할 수 없는 '정크'들이었다.

이는 기분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채무자들이 회생하면 서버러스가 사들인 정크들은 '우아한' 수익을 제공해주었다. 영영 회생하지 못하면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법적 소송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업무를 하는 펀드는 월가에서 소위 '벌처펀드'로 불린다.

서버러스는 이같은 일을 위해 마델레인LLC라는 회사를 별도로 두었다. 기업 부도 같은 송사에 전담하는 회사다. 서버러스는 자금을 대출해주면서 수익을 얻었고 또 기업의 지분을 얻기도 했다.

이렇게해서 서버러스는 수많은 부실기업의 주요주주가 됐다. 파인버그는 이기업들을 재생시키면 많은 돈이 벌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저평가된 기업, 회생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주목했다.
이처럼 빚과 신용에 정통한 사업을 해옴에 따라 서버러스의 포트폴리오는 금융과 소비자 대출을 전문으로하는 기업들로 채워졌다.

최근 채권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사모펀드들이 투자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딜을 위한 펀딩능력은 점점 중요해졌다. 그일은 서버러스만이 해낼 수 있고 은행 제국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일반 사모펀드와 같지 않다..그만의 경쟁력은
서버러스는 일반 사모펀드로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일반 사모펀드는 투자자들이 7년 정도의 의무 락업(투자자산을 회수하지 못하는 기간)을 설정한다. 투자한 기업들은 가치를 낼 때까지 보유한다.

나중에 돈이 되면 판다는 목적으로 사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버러스는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하는데 전략적인 펀드를 모집한다. 최근에는 80억달러를 조성하기도 했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대상은 가리지 않는다. 락업기간도 2년반 정도로 짧다. 다른 사모펀드가 즐기는 공개기업 매매, 레버리지 등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수수료를 제한 이후 서버러스는 투자자들에게 연평균 20%이상의 수익을 제공하고 있다. 운용중인 4개의 바이아웃 펀드수익률은 모두 수위에 든다. 서버러스는 자신을 '사모투자회사'로 부른다.

서버러스가 좋아하는 거래는 다른 사모펀드들이 진실로 꺼리는 게 많다. 위험을 측정하기 어려운 복집한 거래라든가 노조를 포함한 거래도 마다하지 않는다.

크라이슬러 인수건이 가장 대표적이다. 크라이슬러 인수에 있어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지난해 GM의 파이낸스 계열사였던 GMAC을 인수한 일이다. 결과는 두고봐야겠지만 GMAC는 지난 1분기 손실을 크게 줄이고 있다. 서버러스는 GMAC이 없었다면 190억달러의 연금과 퇴직 건강 보험을 지닌 크라이슬러만을 눈여겨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노조는 사모펀드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자산을 빼앗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또 공장을 폐쇄하고 직원을 해고하는 점령군같은 이미지가 강하다. 서버러스 역시 2004년 인수한 기업의 10%를 감원한 경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버러스가 노조와 크게 대립한 사례는 없다. 오히려 샌프랜시스코 호텔의 노조와는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버러스가 미국 최고의 바이아웃 회사로 자리매김하면서 해결해야할 과제도 있다. 금융시장에 불어닥치고 있는 신용경색은 혹독한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딜을 아무리 잘한다해도 현재처럼 조달 금리가 계속 오르면 서버러스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서버러스의 흥행도 언젠가는 막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하나의 사모투자회사는 사업을 꽤 잘했다’는 평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다임러라는 딱지를 뗀 크라이슬러는 지금 한창 새출발에 바쁘다. 고객들에게 초대장을 보내는가하면 헬륨을 가득채운 풍선을 곳곳에 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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