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iN]은퇴비용 계산해 봤나요

머니투데이 황숙혜 기자 2007.08.1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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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노후대비는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는 것이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취업에 골인하고 첫 월급을 받으면 가족을 위해 준비할 선물 리스트를 작성할 것이 아니라 생애 재무설계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

경제 활동을 시작한 후 평균 수명을 근거로 가정한 사망 시점까지 자산관리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은퇴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것이다. 은퇴 후 경제적으로 넉넉한 생활을 즐기려면 미리 은퇴비용을 산출한 후 경제 활동을 할 때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은퇴비용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또 행복한 은퇴를 위해 고려할 사항과 노후 자금 굴리기에 적합한 투자 전략을 어떤 것일까.

◇ 은퇴 준비 고려할 점은 = 대략적인 은퇴 시점을 정하는 것이 첫 번째 순서다. 은퇴 시점은 다니는 직장에서 퇴직하는 시점과는 의미가 다르다. 직장을 다니든 그렇지 않든 경제적 활동을 접는 시점을 은퇴 시기로 봐야 한다. 그리고 평균 수명을 근거로 예상한 자신의 사망 시점까지를 은퇴 기간으로 잡는다.



은퇴 이후의 삶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남녀 평균 수명이 평균적으로 10년 가까이 차이나기 때문에 노후 삶은 부부가 함께 생존하는 기간과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부인 홀로 생활해야 하는 기간으로 나뉘게 된다. 두 기간의 생활비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무게를 둬야 할 부분이 의료비다. 특히 암과 같이 고가의 치료비가 요구되는 질병에 걸릴 경우 의료비는 노후 생활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따라서 30대와 40대를 지나면서 자신과 배우자의 건강 상태를 살펴 은퇴 비용을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재무 컨설턴트는 지적했다.

이밖에 은퇴 이후 어떤 생활을 원하는가에 따라서도 은퇴 비용은 달라진다. 도시 생활을 계속 하고 싶을 때의 은퇴 비용은 농촌에서의 생활을 계획할 때보다 높게 잡아야 한다. 또 기본적인 생활에 만족할 것인지 관광이나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고 싶은지에 따라서도 비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백정선 TNV어드바이저스 대표는 "노후 생활비는 크게 또래 집단과 어울리기 위한 활동비와 의료비, 그리고 경우에 따라 타운하우스에 입주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은퇴비용 어떻게 계산하나 = 은퇴 이후 삶의 큰 그림을 잡은 후에는 구체적인 비용을 계산, 노후자금 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은퇴비용은 생활 수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통상 현 시점에서 필요한 생활비의 70% 내외로 책정한다. 월 생활비를 은퇴 시점부터 사망 시점까지의 기간으로 곱한 값이 대략적인 비용이며, 여기에 물가상승률을 적용해야 보다 정확한 비용을 계산할 수 있다.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이나 민간 경제연구소에서 제시하는 향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감안, 과거 고성장 시기의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예측한 수치를 적용한다.

은퇴 이후 필요한 생활비를 산출하고 나면 이를 마련하기 위한 기대수익률과 지금부터 매달 저축 또는 투자해야 금액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때 기대수익률에 따라 종자돈을 운용할 자산을 결정해야 한다. 가령, 연 수익률 10%를 목표로 할 때와 15%의 기대수익률을 가질 때 주식과 채권의 비중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균 한국증권 투자교육팀장은 "특정 금융자산에 투자한 후 수익률을 나중에 챙기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며 "은퇴자금 뿐 아니라 다른 목적을 가진 투자라 해도 먼저 필요한 자금 규모와 기대수익률을 정한 후 그에 맞게 투자할 자산과 금융상품을 선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수익률을 보고 펀드에 가입했다가 운용 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매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데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기대 수익률에 따라 주식과 채권, 현금성 자산의 비중을 정하고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 노후 자금 어떻게 굴릴까 = 장기간 운용해야 하는 은퇴비용 마련 투자는 구조가 복잡하고 수익률 예측이 힘든 상품보다는 쉽고 단순한 상품이 적합하다. 또 폐쇄형 상품보다는 개방형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연령대에 따라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투자 비중을 달리 해야 한다. 결혼 준비와 자녀 교육, 내집마련 등 자금 수요가 많은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노후대비에 할애하는 자금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김균 팀장은 "특히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는 장기적인 동시에 정기적으로, 그리고 위험을 분산해 전문가에게 맡기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상품 종류는 상식적인 선에서 접근이 가능한 것이 좋다"고 말했다. 파생상품과 같이 변동성이 크고 예측하기 힘든 상품보다 일상적으로 매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로 향후 수익률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상품이 적합하다는 것.

또 전문가에게 맡긴다고 해서 펀드 가입 후 내팽겨치면 곤란하다. 10년 가까이 자동차를 몰다 보면 고장이 났을 때 수리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문제를 파악할 만큼의 지식을 얻게 되는 것처럼 투자와 동시에 경험적으로 지식을 습득해야 포트폴리오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폐쇄형 상품의 경우 장기 투자해야 하는 은퇴비용 마련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이너스 수익률이 발생했을 때 회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고, 만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원금에서 손실이 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환매를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백정선 대표는 "20~30대와 40대 이후의 노후자금 준비는 달라야 한다"며 "20대부터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되 적은 금액으로 출발, 연령이 높아지면서 차츰 늘려야 한다"며 "다만 여윳돈이 생길 때에는 20~30대에도 노후 자금을 위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투자자산 별로는 50대 이전까지 주식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이후에는 채권 비중을 늘려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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