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서민 위하는 참여정부의 역설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07.08.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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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서민 위하는 참여정부의 역설


‘당신의 살림살이는 5년전보다 나아졌습니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직장과 주식 및 집(사는 집은 물론 부동산)이 있는 ‘가진 사람’은 살림살이가 확실히 좋아졌다고 미소 짓는다. 하지만 직장을 잃고 비정규직에 머물러 있거나 집이 없으며 주식투자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불만을 털어놓는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I, 경상)이 1755만원으로 2002년(1438만원)보다 22.0%나 늘어났다.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절대규모로 본다면 대부분의 살림살이가 5년전보다 훨씬 좋아졌음에 틀림없다. 참여정부도 이런 성과를 치적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배 아픈 것은 참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속성이다. 실업자와 자영업자 및 농민을 포함한 전국가구의 지니계수는 2003년 0.341에서 2006년 0.351로 높아졌다. 반면 도시근로자 가구의 지니계수는 2002년 0.312에서 2006년 0.310으로 소폭 하락했다.

지니계수란 소득불평등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로 숫자가 커지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직장을 갖고 도시에 사는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잘 살게 된 반면, 자영업자와 실업자 및 농민들은 상대적으로 살기가 더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나 원가공개, 균형발전 및 혁신도시 건설 등을 통해 소외계층에게도 성장의 과실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참여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서민들은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고, 가진
사람들의 부(富)는 더욱 많아져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값을 확실히 잡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을 믿고, 갖고 있던 내집마저 판 사람들의 불만을 넘어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메피스토 법칙’이라고 한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항상 악을 원하면서도 언제나 선을 만들어내는 힘의 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데서 나온 말이다.

세균 배양 실험을 하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 심장병 약을 개발하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발견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메피스토 법칙 중 이처럼 긍정적 부수효과를 얻는 것을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도 한다. 우연히 좋은 것을 잘 찾아내는 능력 또는 뜻밖의 행운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메피스토 법칙에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적지 않다.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같은 세금을 부과하면, 부동산 값은 잡히지 않는 대신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하나의 예다.
정부 정책에서 메피스토 법칙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려면 백 마디의 화려한 구호(Shibboleth)보다는 한 마디라도 약속한 것은 꼭 실천해야 한다. 경제정책은 듣기 좋은 구호로는 이뤄지지 않고 고통을 수반하는 실행이 있어야만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서민을 위하는 것은 오늘 배고픔을 면하기 위한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물론 내일과 모레의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고기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서민이 가장 원하는 것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안정된 일자리를 갖는 것이다. 서민을 위하는 참여정부가 명실상부하게 서민이 잘 살 수 있도록 프로의 전문성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임기가 6개월여밖에 안남았지만 늦었다고 느겼을 때 시작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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