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부자 슬림의 비결은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08.0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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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으로 성공가도, 철저한 '경쟁 제한'이 비결

세계 최고 부자 카를로스 슬림(67)의 부자되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세계최고 부자 슬림의 비결은


카를로스 슬림은 멕시코 200개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그가 보유한 업종만 해도 통신, 담배, 건설, 광산, 자전거, 음료, 항공, 호텔, 철도, 은행, 인쇄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멕시코에서 하루를 보낼 때 슬림의 주머니로 돈이 흘러들어가게 하지 않을 방법은 전혀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슬림의 회사들은 멕시코 벤치마크 지수 전체 가치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그리고 슬림의 총재산은 멕시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7%에 해당할 정도다.

슬림의 재산은 600억달러로 지난 2년간만 무려 200억달러가 늘어났다. 그의 재산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보다 많다. 미국 경제전문지인 포천은 지난 3월 게이츠의 재산이 560억달러라고 추산했다.



슬림은 개발도상국 사람으로 유일하게 포브스가 집계한 세계 부자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레바논 이민자의 아들이었던 그가 어떻게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슬림의 성공은 철저히 '독점'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카를로스 슬림은 멕시코의 '미스터 독점'으로 불린다. 그만큼 독점을 통해 지금의 부를 일궜다는 뜻이다.


슬림은 멕시코 통신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그의 회사인 텔레포노스 드 멕시코와 이동통신 자회사인 텔셀(Telcel)은 유선전화 92%와 이동통신 서비스 73%를 장악하고 있다. 과거 1800년대 말 석유산업 독점으로 미국의 최고 재계 거물로 떠오른 존 록펠러와 유사하다.

그의 삶은 모순된 측면이 강하다. 슬림은 "경쟁을 원한다"고 밝히지만, 일평생 경쟁을 철저하게 가로막아왔다. 그는 기술에 대해 말하길 좋아하지만, 컴퓨터를 쓰지 않고 종이와 펜을 선호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국가 분위기에서 열렬한 농구팬이다.



슬림의 막대한 부는 멕시코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막대한 빈부격차도 부정적 측면이다. 최근 유엔 조사에서 멕시코의 평등도는 조사대상 126개국 가운데 103위에 그쳤다. 지난 2년간 슬림은 하루 2700만달러를 벌어들였지만, 멕시코 국민의 5분의 1은 하루 2달러 미만을 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위화감을 주고 있다.

멕시코 산업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슬림은 멕시코 내에서도 건드릴 자가 없을 정도다. 펠리페 칼데론 신임 대통령이 슬림의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 나서려 했지만, 멕시코의 가장 큰 고용자이자 납세자인 슬림을 건들기란 쉽지 않았다. 의회도 슬림의 이익에 반하는 입법을 시도하지 않고 있으며, 막대한 광고 수혜자인 언론도 그를 비판하는 것을 꺼려한다.

슬림은 어려움을 겪는 회사를 싼 가격으로 매입한 후, 무자비한 방법으로 경쟁사들이 퇴출되도록 만들었고, 다시 그 회사를 사들이는 전략으로 일관해왔다.



슬림의 독점은 경제적으로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멕시코 국가 전체의 경제 발전을 저해시킨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멕시코는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떨어지지만, 이동통신서비스 이용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평균 이상으로 비싸다.

이에 대해 슬림은 "좋은 서비스를 적정한 가격에 제공하는 한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과도한 요금을 부과한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회사의 요금은 미국보다 저렴하다"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WSJ은 부가요금들을 포함할 경우 멕시코의 통신요금이 미국보다 훨씬 비싸다고 지적했다.

슬림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났고, 특히 수학에 강점을 보였다. 그는 한때 멕시코 대학에서 선형대수를 가르치기도 했다. 이후 증시로 진출, 주식 중개인이 됐다.
그는 기업을 직접 경영하길 원하다 결국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중순 음료회사와 인쇄회사를 경영하게 됐다. 1981년 멕시코 2위 담배회사인 시가탐의 최대지분을 매입하면서 인생의 최대 기회를 잡았고, 1982년 석유위기가 발생하자 공격적으로 기업을 매수하면서 세력을 확장했다.



멕시코 정부는 슬림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의 회사를 건드리기란 힘들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슬림이 마땅한 후계자가 없는 점을 감안해 그의 사후에는 회사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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