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답지 않은 '정전', 삼성다운 '복구'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7.08.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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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대응으로 예상보다 빨리 정상화.."저력 확인" 평가도

리히터 규모 6.0의 지진에도 멈추지 않는 설비를 자랑하던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 반도체 공장이 '정전'에 무너졌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삼성답지 못한 모습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을 당혹케 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정전 발생 이후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만은 '삼성 답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복구..삼성의 위기관리 능력?=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정전으로 중단된 라인을 정상적으로 가동시키는데 최소 이틀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정전 발생 후 21시간30분만인 5일 정오까지 모든 라인을 정상화시켰다.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빨리 라인 가동을 재개한 이유는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우선 지진이나 화재처럼 라인 장비에 치명상을 주는 사건이 아니라 정전으로 인한 일시 중단이었다는 점, 무정전 전원공급장치 가동으로 핵심공정은 계속 가동됐다는 점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와 함께 신속한 대응 등 삼성전자의 위기관리 능력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하루만에 정상가동시켰다는 것은 굉장히 빨리 복구한 것"이라며 "위기 상황에 대한 노하우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정전과 동시에 최고경영진이 포함된 위기관리본부가 구성했고 임직원들은 정해진 메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였다. 또 윤종용 부회장이 사건 발생 2시간만에 현장에 내려가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지시하는 등 처음 겪는 사고로 혼란스러워 하는 직원들의 동요를 막았다. 또 피해 규모가 수천억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피해액이 최대 500억원'이라고 밝히고 주요 거래선에는 황창규 사장이 직접 이메일을 보내는 등 시장의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켰다.

이처럼 예상보다 빨리 정상화가 이뤄지면서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결속력이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삼성전자의 정상 가동에 대해 일부에서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라인 공개 방침까지 밝히는 등 완전 정상화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특수 있을까= 삼성전자의 정전 사태는 전 세계 관련업체들에게 민감한 영향을 끼쳤다. 3일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의 정전 소식이 알려진 후 삼성전자 주가는 하락한 반면 하이닉스 주가는 급등했다. 또 샌디스크와 마이크론도 낸드 공급 차질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으로 주가가 뛰었다. 반면 삼성전자로부터 낸드플래시를 공급받고 있는 애플의 주가는 라인가동 중단 소식으로 1.34%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현물가격도 6~7% 수직상승했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3일 오후 6시(현지시간) 기준으로 낸드 8Gb 제품은 싱글레벨셀(SLC)이 평균가 19.02달러, 멀티레벨셀(MLC)이 평균가 8.92달러로 전날보다 각각 6.31%, 7.41% 급등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당초 예상보다 사태 수습이 빨랐지만 당분간 낸드플래시의 가격 상승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초과공급이 거의 없는 낸드 플래시쪽에서 전세계 물량의 절반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의 가동중단은 심리적으로 낸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도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로 적어도 8월 상반기까지 물량 부족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재고가 있고 생산차질분도 순조롭게 만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실제 반도체 가격이 상승해 경쟁업체들이 특수를 볼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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