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CMA 월급통장 마케팅, 바람직한가?

노진호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기자 2007.08.0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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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CMA 월급통장 마케팅, 바람직한가?


CMA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 2006년 2월에 3조원 미만이던 CMA 잔고가 2006년 말에는 9조원, 그리고 2007년 6월말 현재 19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같은 CMA 급성장의 배경에는 증권사들이 소액 월급통장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증권사 CMA로 빠져나가는 직장인들을 붙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보통예금과 같은 소액 결제성 예금에도 3% 이상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소액예금을 둘러싼 은행-증권사 간의 경쟁은 정상적이거나 지속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증권사에 유입된 소액예금은 관리비용만 많이 들고 대출에는 활용되지 못하므로 비효율적이다. 과도한 CMA 판매 경쟁이 운용시장(단기금융시장)을 과열시켜 궁극적으로는 증권사 자신의 신뢰를 실추시킬 수도 있다. 또한, 은행이 보통예금 금리를 올리면 비용이 상승함은 물론, 예금 회전율이 하락해 신용카드 영업도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7000개가 넘는 은행들은 소액예금에 대해서는 이자를 거의 주지 않는다. 소액예금에 붙는 이자로 부자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고객을 붙들기 위해 수수료 인하나 체크카드 마일리지 등과 같이 거래상의 혜택을 강화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은행과 증권사는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적극적인 투자를 모색하는 고객을 종합자산관리계좌로 유인하는데, 이 계좌는 주식, 펀드 투자가 가능할 뿐 아니라 각종 투자 정보가 제공된다. 투자를 유보한 기간 중에는 우리나라의 CMA와 마찬가지로 유휴 자금에 고금리 혜택을 준다.

대신 종합관리계좌를 관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10만 달러 미만의 돈은 잘 받지 않는다. 월급 통장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면서 소액계좌에도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국내 CMA 마케팅의 접근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혈 경쟁을 감수하는 것은 국내 가계의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 보니 투자 여력 있는 금융자산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금융기관들은 매월 꼬박꼬박 입금되는 월급통장을 일단 유치해 고객과의 거리를 가깝게 한 뒤 이들에게 펀드를 하나라도 더 팔고, 매출액도 조금씩 불려나가는 게 최선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태도에는 국내 가계가 근시안적이며 금융기관이 추천하는 펀드도 차별성이 없다는 자조적 인식이 깔려 있다.

즉, 펀드 투자로 재미를 본 거액 고객이 해당 금융기관의 결제성 계좌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CMA 등에 가입한 소액 고객이 언젠가는 자사 펀드의 단골 고객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척박한 국내 자산관리 환경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같이 망하는 길로 가면서 혼자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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