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정말 글로벌증시 망칠까

유일한 기자, 김유림 기자 2007.08.0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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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증시 반등세..신용 악재는 상당기간 지속될 듯

지난주 글로벌증시는 기록적인 급락세를 보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신용경색을 가져와 차입매수와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어렵게 하고 나아가 소비경기와 기업실적까지 위축시킬 수있다는 우려였다.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엔화는 강세를 보였고, 투기등급 채권과 미재무부 채권과의 스프레드(수익률 간격)는 4.3%에 육박할 정도로 확대됐다.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비관론자들은 하나둘 늘어나는 흐름이다.
그러나 전체 모기지시장에서 차지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비중이 매우 작고 기업실적이나 고용등을 감안할 때 서브프라임 사태가 시장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아직은 우세하다.



◇글로벌 증시, 지난주 급락에서 한숨 돌려
2일(현지시간) 미증시가 이틀째 반등에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증시도 비교적 강한 움직임이다. 일찌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거리를 두고 움직이던 중국 증시는 장중 사상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일본증시는 혼조세다. 시장이 지난주에 비해 안정감을 회복한 것이다.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실제 글로벌증시가 장중 급하게 등락을 반복하는 등 시장 밑바닥에는 불안감이 역력하다. 주택시장의 지속적인 침체로 서브프라임 부실의 위기가 일반 모기지시장까지 확산될 경우 자산시장이 동반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호주 증시는 이날 멤버스에퀴티은행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모기지유동화 증권의 매각을 취소했다고 발표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서브프라임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은 다음주 예정된 FOMC가 임박하면서 더 격화되고 있다.

◇"서브프라임에 한정된 신용시장 위축에 불과하다"
CNN머니 등 외신을 종합해보면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서브프라임문제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듯한 분위기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그 효과는 대체로 제한적이며 미국 경제는 여전히 강하다"고 최근 말했다. 윌리암 풀 세인트 루인스 연방은행 총재도 "서브프라임 압력이 한층 강화되지 않는다면 소비나 신용시장 전반으로 문제가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난달 중순 말했다.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도 "회사채 시장을 비롯한 신용시장이 불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신용경색(Crunch)이 아니라 신용 위축(Squeeze)으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색은 누구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인 반면 위축은 신용등급이 낮은 투자자가 어려움을 겪은 것을 일컫는다.


S&P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스 위스, 마크 잔디는 고점대비 8%의 정도의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상황이다.

지난 화요일 발표된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미국 10개 지역의 주택 가격이 3.4% 하락했다. 샌디에고는 7% 급락했다. 집값 하락은 소비자들의 지출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는 미국 GDP의 70%를 차지한다.
그동안 미국 경제는 소득보다는 주택가 상승에 따른 대출과 이로인한 소비에 의해 탄탄한 성장을 지속했다. 그런데 집값이 떨어지면 소비증가는 점차 둔화될 수 밖에 없다.

마크 잔디는 "소비 감소가 경기침체를 견인할 정도로 심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가능성은 1/5정도에 그친다"고 내다봤다.

칸퍼런스 보드의 이코노미스트 켄 골드스타인은 "서브프라임이 경제를 망가뜨릴 정도로 시장전반에 전염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기지시장은 약 10조달러 정도로 성장했는데 이중 10~15%가 서브프라임 등급이며, 이중 15% 정도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간이 지나면 소비와 기업실적에 악영향 불가피하다

반면 피터 시프 유로 퍼시픽 캐피탈 대표는 "문제는 서브프라임을 넘어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아니라 등급이 더 좋은) 모기지에 관한 문제"라며 "마치 결국에는 '댐을 모두 망가뜨릴 수 있는 작은 구멍'과도 같다"고 비유했다.

시프는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이 절반 정도로 떨어지면서 주택시장 전반에 걸쳐 큰 손실을 예상했다.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서브프라임 위기에서 시작된 신용 경색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저스는 "서브프라임 위기로 시작된 세계 증시 조정으로 지난주에만 전세계 증시에서 2조1000억달러가 증발했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면서 "이번주 들어 주가가 반등했지만 추가손실은 더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미국 주택 시장이 호황을 보였던 것에 대해 "역사상 돈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집을 살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때였다"면서 "이번 사태는 신용시장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목격해 왔던것 중 가장 큰 버블이며 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상황도 최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걱정을 많이 하는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이 가속화되는 것 역시 증시에는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세계시장에 불어닥친 신용시장의 냉각으로 지난 6월22일 이후 46건의 레버리지 금융 거래(기업인수합병 등을 위해 신용으로 자산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조달하는 것)가 중단된 것으로 집계됐다. 규모로 치면 600억달러가 넘는다. 지난해 이같은 '사건'은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충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진행중인 매각을 접는 등 이미 시장에서는 다양한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주 캐드베리 스웹스는 미국 음료시장 사업부 매각(70억유로)의 입찰시한을 연기했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이유였다. 사모펀드인 TPG는 최초 제시한 스페인 항공사인 이베리아 라이니스 에어로 드 에스파나 SA 인수 가격 34억1000만유로가 하향되지 않는다면 거래를 다시 생각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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