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질병' 첫 판결 파장 얼마나…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7.08.0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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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적용 관련소송 이을 듯… 정부 "병원서 살빼기 증가 우려"

비만 치료도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라고 법원이 판단하면서 비만을 질환으로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커지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은 1일 "의학적으로 비만은 비정상적인 체지방의 증가로 대사 장애가 유발된 상태로 질병에 해당한다"고 해석해 보건복지부의 요양급여 비용 환수 행정처분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비만 자체가 질환이므로 비만치료에 들어가는 진료비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은 병이고 그것도 장기적인 투병이 필요한 질병이다'다고 규정한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비슷한 유형으로 복지부로부터 급여비 환수 조치를 받은 비만치료 기관들이 잇따라 유사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만약 재판부 판결이 확정되면 복지부는 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복지부령과 장관 고시를 개정해 비만 자체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에 적용시켜야 하는 등 파급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현재는 비만 치료 자체에 대해서 복지부가 급여로 인정해 준 적은 단 한건도 없고, 의료기관에서도 비만치료로 급여를 청구한 사례도 전무한 상태다. 비만 그 자체를 질환으로 보지 않고, 비만으로 인해 질병이 나타났을 때만 질환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의사소견으로 생명에 지장을 줄 만한 초고도 비만이라도 다른 질환이 발현될 때까지는 비급여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정은희 보험급여팀장은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과 비용효과에 대한 의문 등으로 비만에 대해서는 급여적용이 안되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의 비만을 질환으로 봐야 하는지, 기준에 관한 점도 모호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의사단체에서는 비만 치료에 대해서도 질환으로 인정해 보험을 적용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윤수 의사협회 홍보실장은 "한국표준질병분류에는 비만도 질환으로 구분해 놓고 있다. 정부에서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비용이 커지는 점을 우려하면서 정작 비만을 병으로 인정않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성인 비만으로 연간 1조8000억원의 사회적비용이 들어간다며 범 정부 차원의 '비만예방 관리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비만예방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비만을 질환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반대로 비만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만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이 현재보다 현격히 줄어들면서 운동이 아닌 병원 치료를 통한 체중 감소에 매달리는 인구가 급증하는 등 또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부차원의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을 만큼 비만클리닉이 성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막대한 건보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걸림돌이다.

복지부는 이번 판결로 인한 파장이 클 것으로 보고 기존 제도에 대한 개선할 여지가 있는 지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뒤 항소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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