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일을 쉽게 처리하는 방법

박창욱 기자 2007.08.0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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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꿈땀]김인식 킨텍스 대표

사진=최용민 기자사진=최용민 기자


노자의 도덕경엔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합포지목 생어호말, 구층지대 기어누토(合抱之木 生於毫末, 九層之臺 起於累土)'.

큰 나무도 작은 싹에서 시작되고, 구층의 누대도 한 줌의 흙에서 비롯된단 뜻. 모든 일엔 기초가 중요하단 가르침이다.

지난 30년간 코트라(KOTRA)에서 무역진흥을 위해 5대양 6대주를 누볐던 김인식(58) 킨텍스(KINTEX, 한국국제전시장) 대표.



지금 그는 자신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십분 살려가며 전시·컨벤션산업 강국을 향한 기초를 닦는 데 여념이 없었다. 최근 그의 바쁜 하루 25시간 가운데 일부를 빌릴 수 있었다.

# 벽돌



경험많은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사원 시절은 있다. 그의 사원시절에 대해 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 '꾀'와 '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성격은 차분한 편인데 일은 공격적으로 했습니다. 아프리카 등 어려운 지역을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항상 '어떻게 하느냐'만을 고민했습니다. 일 그 자체를 무서워 해본 적도, 어떻게 쉽고 편하게 해결하려 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는 "무슨 일을 하든 열정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열정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열정이 있으면 어떤 일이든 결국 해결이 됩니다. 자꾸 일을 찾아서 열정적으로 만들어가다보면 윗 분들이나 여러 관계자들의 신뢰도 저절로 따라오게 됩니다."


자신에 대한 평판은 결국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회생활에서 자신만의 벽돌을 얼마나 튼튼하게 쌓아가느냐가 중요합니다. 기초부터 튼튼하게 잘 쌓지 않고 허술하게 되면, 한 3년 정도만 지나도 결국 무너지게 돼 있습니다. 반대로 튼튼하게 잘 쌓아놓으면 결국 다들 알아주게 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자신의 습관 2가지를 소개했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하면서 그날 일과를 찬찬히 정리합니다. 또 잠자리에 들면서는 다음날 검토해야 할 것들을 현안별로 정리합니다. 시간도 많이 안 걸립니다. 한 10분 정도면 돼요. 수첩에 원을 그려 중요한 사안부터 8등분해 정리해 넣구요. 그려넣은 것 가운데 중요한 것들의 세부 항목은 다시 그 밑에 원을 그려 8등분해 기록해두는 식이죠. 이렇게 정리하면 아무리 복잡한 일이라도 세부적인 것까지 꼼꼼하게 챙길 수 있게 됩니다."

# 크기

킨텍스는 설립한지 2년이 조금 넘는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 "그동안 서울모터쇼와 한국전자전, 서울국제공작기계전 등 국내 7대 전시회를 모두 치러냈고, 각종 대규모 국제행사도 유치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전시·컨벤션 산업은 취약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수출 상품이 차지하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약 2.8%인데 반해, 전시·컨벤션 산업은 0.8% 밖에 되지 않습니다."



킨텍스의 전시장 규모는 약 5만 4000㎡로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보다는 약 1.6배 정도 크다. 하지만 전시회로 유명한 독일 하노버는 제쳐 두고라도, 중국 광저우의 전시장 하나가 국내 전시장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하노버 전시장은 킨텍스보다 9배 이상, 광저우 전시장은 5배 가까이 큽니다. 국제통신연맹(ITU) 전시박람회 등 산업 파급 효과가 큰 세계적인 전시회를 유치하려면 전시장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2010년까지 현재의 약 2배인 10만7000㎡로 넓히고, 3단계로 늦어도 2013년까지 약 17만8000㎡까지 전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김 대표는 전시장 크기 확대와 함께 전시회의 규모도 키워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전시·컨벤션 산업은 물류와 수출에서 관광·숙박 및 고용창출까지 전·후방 효과가 큰 굴뚝없는 황금산업입니다. 바이어를 끌어들여 2~3일씩 보게 만들려면 관련된 소규모 전시회를 통합해야 합니다. 기계 공구 금속 등을 모두 '한국기계산업대전'으로 묶는 식이죠. 킨텍스는 이렇게 전시회를 대형화시키면 전시장 사용료를 30% 할인해줍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이템의 대형 전시회를 기획하는 역할도 해내겠습니다."

# 브랜드

김 대표는 우리나라의 전시·컨벤션 산업이 성장하려면 모든 것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했다.



"킨텍스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회가 끝나면 주최자와 참가자, 방문객들이 전시회의 세부적인 사항을 평가하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독일 등 전시 선진국들과 다각도의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국제 무대의 최신 흐름도 신속하게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킨텍스를 '세계를 만나는 또 하나의 세계'로 만들어야 합니다."

꿈을 물었다. "우리나라엔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상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전시회와 전시장은 없습니다. 따라서 킨텍스를 세계적으로 전시장으로 키워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전시회를 만드는 것이 제 필생의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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