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예금 이자는 왜 수년째 0.1%일까?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7.08.0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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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비용 감안해도 2~3% 가능… 은행 체력지키는 '보약' 역할

'0.1%'로 요지부동인 보통예금과 저축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금리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2004년 보통예금 금리가 자유화되고 이후 각종 예금금리가 상당폭 상승했지만 이들 금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로 섣불리 손댈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보통예금 고객을 통해 '이익'을 남겨 정기예금 고객이나 대출 고객을 지원한다는 비판까지 외면하기는 힘들다.



◇"보통예금도 2~3% 금리 가능"=1일 한국은행 및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 등으로 보통예금과 저축예금들이 빠져나가는 중에도 이들 예금의 금리는 여전히 0.1% 안팎이다. 은행들은 수시로 입출이 이뤄지는 만큼 관리 비용이 많이 들고 운용에 제약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낮은 금리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이들 자금은 실제로 은행 수익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이들 예금이 핵심 예금으로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들 예금의 관리비용은 다른 정기예금 등의 3배 정도지만 이를 감안해도 2~3% 금리는 나온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이들 저원가성 예금에 대해서는 2~3%선의 마진을 더 받고 있다는 얘기다.

◇고객은 푸대접=한은 통계에 따르면 주로 입·출금이나 급여통장용으로 사용되는 이들 저원가성 예금(실세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예금-MMDA)의 규모는 지난 6월말 현재 은행권만 158조8000억원. 은행 전체로 보면 2% 정도의 금리만 아끼더라도 연간 3조원가량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최근 금리가 상승세를 타면서 이들 저원가성 예금의 수익 기여도는 더욱 높아졌다. 신규취급액 기준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005년 1월 3.38%에서 올 6월 4.81%로 1.4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보통예금과 저축예금 금리는 0.1%로 불변이었다. 보통예금 고객들에게 돌아가야할 금리 상승 혜택을 은행이 고스란히 흡수한 셈이다.



은행들은 이렇게 비축한 '체력'을 바탕으로 특판 정기예금을 팔고, 대출 경쟁에 나서면서도 수익성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이날 월례조회에서 "저코스트 자금, 결제계좌 유치 등 조직의 하체보강을 착실히 하느냐가 미래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저원가성 예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CMA가 고객을 깨우다=이들 저원가성 예금이 사실상의 '무이자'로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예금의 성격 탓도 있다. 대부분 소액인데다 주로 결제성 자금으로 사용돼 고객들의 금리민감도가 낮다. 고객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데 은행 스스로 자기 수익성을 깎아가며 먼저 금리를 올려줄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CMA를 들고 나와 4~5%대 고금리를 제공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보통예금 고객들에게 더 높은 금리라는 대안이 생기면서 자금이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기업은행은 일정 금액 이상의 보통예금에 대해서는 고금리를 주는 상품 개발에 나서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은행, 수익성 고민=은행 입장에선 안그래도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마당에 '보통예금 금리'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보통예금 금리가 오를 경우 수익성 보전을 위해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고 그 경우 고객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보통예금 고객과 대출 고객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리없는 다수의 보통예금 고객이 은행 수익성의 '담보'가 돼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여기에 보통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을 바라보는 고민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고 증권사들의 공세가 심화되면 은행들도 결국 (금리 조정)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보통예금 문제는 은행 수익성 측면뿐이 아니라 소비자 권익 차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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