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靑 실장, 조석래 전경련회장 비판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07.07.31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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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이 말하는 경제대통령은 부자대통령, 전경론도 남 탓이나 하지 말라"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인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조석래 전경련 회장의 '경제 지도자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변 실장은 전경련에 대해서도 강자독식의 논리만 주장한다며 집중 질타했다.

변 실장은 지난 29일 한국능률협회, 무역협회가 주최한 제주도 하계 세미나에서 '우리 사회에 대한 인식과 정부 및 기업인의 역할'이란 제목의 강연에서 "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고 기업이 사랑받고 기업인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조 회장과 전경련을 함께 비판했다.



그는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경제를 가장 보호해야 할 전경련 회장께서 며칠 전 여기 제주도에서 정치를 경제에 끌어들였다"며 "부동산 투기쯤은 공직을 맡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차기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시대착오적인 정치적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무엇인가. 경제는 누가 말했듯이 따뜻한 가슴과 냉철한 머리로 경세제민(經世濟民)하는 것"이라며 "그분이 말하는 경제대통령은 아마도 부자(富者)대통령을 말하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부동산 투기든 무엇이든 해서 무조건 부자가 되는 것이 경제를 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란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라며 "나라의 품격과 문화수준을 높이는 것이 경제"라고 강조했다.

변 실장은 전경련에 대해서도 강력 비판했다. 그는 "전경련 같은 단체가 있는 곳이 전 세계에 어디에 있나"라며 "비정규직을 나 몰라라 하고, 사회통합을 나 몰라라 하고, 강자독식(强者獨食) 논리만 주장해서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또 "어린애처럼 젖 달라고 울기만 하지 말고 남 탓이나 하지 말고, 어른답게 강자답게 가진 자답게 우리사회의 어려운 곳을 배려하고 상생 통합하는 지도적 집단으로 우뚝 서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조 회장은 25일 제주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옛날에 시골에 땅 좀 샀다고 나중에 총리가 되지 못한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 식으로 다 들추면 국민 중에 제대로 된 사람 없다" "차기 대통령은 경제를 제일로 삼는 경제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말해 사돈 관계인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를 옹호했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변 실장은 이와 함께 기부문화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기부에 대한 세제상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출연이나 주식보유에 대한 제한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초 주식출연을 제한한 이유는 재벌이 이를 변칙적인 증여나 상속 수단으로 악용하고 유리한 지배구조를 만드는데 활용되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인데 이러한 과도한 규제는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다"며 "공익법인의 투명성이 강화된다면 더 이상 이런 규제는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부문화 활성화 조치를 실행하기 위해서 종교재단 이외의 공익법인에 대하여 결산 공시, 회계기준 제정 등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전날(30일) 오후 늦게 변 실장의 강연 내용 전문을 청와대브리핑에 올렸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변 실장이 말하고자 했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전문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날 언론은 변 실장의 강연 내용을 ▲중소기업인의 가업 승계시 상속세의 공제 한도 완화 ▲공익재단에 대한 기업들의 주식 출연 제한 완화 등의 내용으로만 보도했었다.

한편, 변 실장의 강연은 크게 ①급속히 발전해 온 우리사회에 대한 인식변화 ②참여정부 경제운용 원칙과 민생문제 ③성장 패러다임 전환과 사회통합을 위한 선제적 투자의 중요성 ④사회적 배려와 기부문화 활성화방안 ⑤기업인의 역할 등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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