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오후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 환경재단 주최로 열린 '지구를 살리자 STOP CO2' 행사에서 노리단이 재활용품으로 만든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이경숙 기자](https://thumb.mt.co.kr/06/2007/07/2007073015275744982_2.jpg/dims/optimize/)
자기 몸, 남의 몸, 재활용 악기를 연주하며 춤추는 이들은 생태주의 퍼포먼스 그룹 ‘노리단’(noridan.haja.net) 단원들이다. 결성 3년만에 벌써 싱가포르, 홍콩, 영국, 러시아 각지에서 초청 받는 유명그룹이 됐다.
![↑5월 30일부터 5일간 싱가포르에서 열린<br>
아시안 아트마트에서 공연하고 있는 노리단<br>
ⓒ노리단](https://thumb.mt.co.kr/06/2007/07/2007073015275744982_3.jpg/dims/optimize/)
아시안 아트마트에서 공연하고 있는 노리단
ⓒ노리단
노리단 단원의 급여 체제와 경력, 업무는 노리단의 악기들만큼이나 다양하다. 공연만 하면서 월 35만원을 받는 사람도 있고 총괄 업무를 하면서 연봉 2500여만원을 받는 사람도 있다. 가장 어린 단원이 10세, 가장 나이가 든 단원이 54세다.
차별? 더더욱 없다. 25명 직원 중에 차상위 이하 저소득층이 5명이지만, 업무나 직위만 봐선 그게 누군지 알 수 없다. 학교 중퇴자와 대졸자, 전직 트럭운전사와 예술가, 실패한 자영업자와 성공한 국제문제전문가가 함께 뒤섞여 일한다. 엄마 ‘라임’과 딸 ‘레몬’이 나란히 단원으로 일하기도 한다.
이들이 하는 일은 예술과 교육과 놀이를 합하는 것이요, 이들이 다니는 직장은 기업과 학교와 공동체를 합한 곳이다. 이 속에서 사람들은 삶이 바뀌는 걸 체험한다. 처음엔 하자센터를 통해 들어온 청소년들이, 최근엔 스스로 찾아온 중장년들이 노리단 속에서 새로운 자유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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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단 워크숍센터 담당자 ‘피트비트’(김희영)씨 역시 그랬다. 학창시절 스스로 ‘열등생’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자신의 별칭을 ‘핏빛솜사탕’이라고 붙였다. 노리단 사람들은 이를 ‘피트’라고 줄여 불렀고, 누군가가 흥겹게 장단을 잘 맞춘다고 ‘비트’라는 말을 붙여줬다. 그는 이제 누가 봐도 총기 넘치고 밝은 20대 직장여성이다.
피트비트는 “노리단은 학교이면서 벤처기업이고 공동체”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 하며 살겠다”며 중학교를 자퇴한 ‘어리’, 대학에서 하차해 하자작업장학교로 옮겨온 끼 많은 ‘하짱’, 트럭운전사 출신의 사연 많은 악기장인 ‘곤’ 등 다른 단원들에게도 그러할 것이다.
‘학교이자 공동체’라지만 노리단은 엄연히 프로들의 조직이다. 단장인 ‘휘’(김종휘)는 문화평론가로 더 유명하다. 예술감독 ‘도리’(안석희)는 민중가요 ‘바위처럼’을 작곡한 유명작곡가다. 교육프로그램매니저 ‘팅’(김희연)은 연극배우, 악기장인 ‘아리만’(장동혁)은 기타리스트다.
이들에게도 노리단은 ‘배움터’가 된다. 사무총장인 ‘미야’(신승미)는 “서로 성장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한다. 라디오 방송작가, 음반기획자를 거친 그는 노리단에서 “여기가 내가 찾던 그 곳”이라고 느꼈다. 내가 성장함으로써 남이, 조직이 성장하는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노리단 김종휘 단장, 안석희 예술감독, 신승미 사무총장, 김희영 워크숍센터 담당자, 김예리 단원, 김희연 교육프로그램 매니저, 홍대룡 퍼포먼스디렉터, 장동혁 악기장인 ⓒ노리단](https://thumb.mt.co.kr/06/2007/07/2007073015275744982_1.jpg/dims/optimize/)
단장인 ‘휘’는 “우리의 목표는 한 마디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먹고 살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것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사회적목적기업이 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단다. “노리단의 공연, 교육, 미술 각 사업 부문이 성장해 문화예술을 하는 다른 그룹들이 우리의 우산 속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 그와 노리단의 꿈이다.
노리단은 사회적기업가와 연구자들한테도 ‘꿈’ 같은 존재다. 소외층의 자활을 목표로 설립된 다른 사회적기업들은 흔히 공동체 의식의 빈곤, 자발성의 결여로 조직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반해 노리단은 구성원의 자발성, 공동체 의식이 높아 재무적, 사회적으로도 지속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엄형식 춘천노동복지센터 운영위원은 “노리단은 현재 사회적기업육성법에서 정하는 사회적기업처럼 취약계층에 사회적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형태는 아니다”며 “하지만 지역사회와 공동체정신의 활성화, 문화적 혁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면서 사회적기업의 더 넓은 지평을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