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예금 3% 고금리 상품 곧 등장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권화순 기자 2007.07.30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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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로 자금이탈 은행 특단책

"보통예금에도 적정한 금리를 줘야 한다." "은행의 수익기반을 훼손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은행들이 보통예금 금리 인상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로 예금 이탈이 계속되자 '마지막 보루'로 인식되던 보통예금 금리까지 올리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급여통장 등으로 활용되는 보통예금은 사실상 무이자여서 은행 금리 경쟁력의 기반이다. 증시 호황에 따른 예금이탈이 은행의 핵심 경쟁력까지 건드리는 상황으로 발전한 셈이다.



◇'고금리' 보통예금=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14,020원 ▲310 +2.26%)은 일정금액을 넘는 보통예금에는 3%가량의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예금액이 일정액을 초과하면 자동적으로 더 높은 금리의 상품으로 옮겨주는 기존 '스윙서비스'를 발전시킨 형태다. 기업은행은 빠르면 8월중 신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스윙서비스'는 일정 금액을 다른 상품계좌로 넘기는 반면 새로 개발 중인 상품은 스윙과 역스윙이 결합돼 보통예금의 특성이 유지되면서 금리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고객이 월 지출한도를 200만원으로 정했다고 하자. 통장잔액이 300만원이 되면 200만원까지는 일반 보통예금 금리인 0.1%를 적용하지만 초과 금액(100만원)에는 3%가량의 금리를 제공한다.

일정 금액 이상의 보통예금에 실효성 있는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뜻이다. 이자는 일 단위로 체크돼 며칠만 머무르는 결제성 자금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출한도는 고객이 결정하고 한도가 높을수록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높여주는 기준인 지출한도 하한선을 정하고 직장인들의 급여통장만 대상으로 해 금리인상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지출한도 하한선은 확정하지 않았지만 최소 200만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경쟁'에 난색=은행권은 그동안 보통예금 이탈에 대해 직접적인 금리인상보다 수수료 면제 등 부가 혜택 및 연계 거래시 금리 우대 등으로 대응해왔다. 보통예금 금리를 올리는 경우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리로 조달한 이들 자금은 정기예금 금리나 대출금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토대였다. 은행들이 출혈 시비가 나올 정도로 극심한 대출경쟁을 벌이면서도 일정한 수익성을 유지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보통예금 조정을 놓고 은행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증권회사 CMA가 4% 내외의 금리를 주는데 그쪽으로 돈이 이동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비록 단기간 맡기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금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1금융권(은행)에서 보통예금 금리를 올리는 데 신중해야 한다"며 "금리 경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수신 담당자는 "보통예금 금리 인상까지 검토한다는 것은 은행의 영업환경 변화를 극명히 보여준다"며 "다만 보통예금 금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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