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경련 회장의 잘못된 인식

서귀포=김진형 기자 2007.07.2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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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땅을 사기 위해서는 거기에 주거가 있어야만 매매를 허용한다고 하니까 주거지를 옮겼다. 그랬더니 총리가 안된다. 그런식으로 다 들추면 우리 국민 중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의 검증공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외국 사람들은 그런 깨끗한 사람이 있느냐. 그런 깨끗한 사람이 행정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 한국 왜 그러느냐라고 지적한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지난 25일 제주하계포럼에서 한 발언이다. 개발경제시대의 잘못 때문에 기업들을 비난만하지 말고 칭찬해 달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정치권의 검증 문제로까지 번진 것이다.



이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조 회장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사돈이라는 점 때문에 박근혜 후보 캠프를 비롯한 정치권에서 발끈하고 나섰다. 조 회장이 이 후보의 이름을 직접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이 후보가 부동산 투자 문제로 도마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정말 이 후보를 염두에 두고 이 같은 발언을 했는지는 본인만이 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편법 또는 불법적인 부동산 투자는 우리 규제상의 문제이니 그 정도는 덮어주자'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비판받을 발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땅 한평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법을 피해 가기 보다는 법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게다가 "그런 깨끗한 사람이 행정을 제대로 하겠느냐"고 하지만 깨끗하지 못한 전력이 있는 사람이 행정을 잘 할 수 있다는 말은 궤변이다.

국가 지도자의 제일 덕목은 도덕성이다. 물론 과거의 잘못 때문에 능력있는 사람들이 중용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아무리 능력있는 사람이라도 도덕성이 결여되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자신은 법을 피해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자식의 병역을 면제시킨 사람이 국민에게는 법을 지키라고 한다면 누가 따를까.

조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노조의 불법파업 엄단 등 법치주의의 확립을 요구했다. 잘못하면 반드시 처벌받는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 법치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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