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교육 대통령이 기다려진다

머니투데이 홍찬선 경제부장 2007.07.2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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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와 비즈니스에서는 ‘다수의 법칙’이 적용된다. 군인과 돈이 많은 쪽이 이긴다는 것이다. 배수진을 치고 죽고살기로 싸워 적은 수로 많은 수를 이기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숫자의 우위가 승패를 좌우한다. 중과부적(衆寡不敵)이라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이 발달한 21세기에는 ‘극소수의 법칙’이 지배한다. 창의성이 뛰어난 인재 몇 명이 보통사람 수십, 수백만 명과 싸워 이기고 그들을 먹여 살리는 시대다. 그런 인재를 얼마나 많이 키우고 확보하느냐가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좌우한다.



인재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이다 보니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War for Talent)이 일어난다. 문제는 한국의 현 교육시스템이 21세기 인재를 키워내는 데 한계가 많다는 점이다. 인재에 목마른 기업들은 한국에서 교육받은 학생들보다 외국에서 공부한 학생들을 더 선호하고 있다. 한국 교육에 실망한 학생들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중국 등으로 떠나고 있다. 그들이 쓰는 유학 연수비용만도 작년에 44억달러를 넘었다. 올해도 1~5월중에 벌써 20억달러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19.0% 증가했다. 천문학적인 돈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생이별하고 가정이 파괴되는 아픔까지 겪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이 4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동안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것은 높은 교육열과 효율적인 교육 시스템 덕분이었다. 표준화와 컨베이어벨트로 상징되어지는 산업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지금까지의 교육 시스템이 키워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21세기는 독특한 개성과 다양성이 더 중요한 시대다. 교육시스템이 21세기형 인재를 키우는 방향으로 개혁돼야 하는 이유다.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여지고 있는 ‘3불 정책(대입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금입학제)’은 시대변화에 맞춰 폐지돼야 마땅하다.

2007년 여름은 정치의 계절이다. 대선을 5개월 정도 남겨 놓고 대선을 준비하는 여야 후보들은 화려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을 7%대로 높이고, 1인당 국민소득을 4만달러로 끌어올리며, 신혼부부에게 2억원까지 신용대출을 해주겠다고 한다.

이번 대선의 이슈는 ‘경제 대통령’이 되고 있다. 유력 후보들이 모두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자신의 과거 경험을 자랑하고 있다. 모두가 부자가 되어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후보들의 약속이 나쁠 리가 없다.


하지만 경제 대통령을 내세우는 후보들의 공약들을 꼼꼼히 따져보면 현실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대부분의 공약(公約)이 당선 이후에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과거의 경험이 이번 대선에서도 되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의 이슈는 ‘교육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교육이 21세기형 인재를 키우는 방향으로 개혁돼야 기업과 경제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선 후보 가운데 교육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주자는 아직 없다.

교육개혁은 대선에 당선되는 데 필요한 표에 도움보다는 손해라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 대통령으로 성공하려면 교육 대통령이 되는 게 먼저다. 비록 돌을 맞더라도 학생과 기업이 외면하고 있는 교육시스템을 개혁하는 데 대선주자들이 머리를 맞대 실현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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