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7.07.2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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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천호균 쌈지 대표·유열 유미디어 대표

"문화와 예술 그 자체를 비즈니스로 만드는 단계를 향해 일관되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천호균(58) 쌈지 대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술 경영인'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뮤지컬 제작자인 유열(46) 유미디어 대표와 함께 손을 잡고 어린이 뮤지컬 제작에 나선다.

두 사람을 최근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캠프안에 자리잡은 복합 예술공간인 '딸기가 좋아'에서 함께 만났다.



(왼쪽부터) 천호균 쌈지 대표와 유열 유미디어 대표.(왼쪽부터) 천호균 쌈지 대표와 유열 유미디어 대표.


◇어린이 뮤지컬

속칭 '거지백'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감수성으로 패션 브랜드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천 대표는 '쌈지길'(서울 인사동)과 '쌈지미술창고'(파주 헤이리) 등 개성있는 상업·문화 복합공간까지 만들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까지 인수해 본격적으로 문화콘텐츠 사업에 나서게 되면서 유 대표에게 쌈지의 대표적 캐릭터인 '딸기'를 소재로 한 어린이 뮤지컬 제작을 의뢰하게 된 것.

천 대표는 "기존 패션 브랜드에만 머무르던 스토리와 캐릭터를 예술문화 콘텐츠에까지 접목하는 데 도전하는 셈"이라며 "뮤지컬 제작은 예전부터 꿈꿔오던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헤이리 예술캠프에서 8월부터 열리는 어린이들을 위한 뮤지컬 체험교실 '딸기가 좋아'의 진행도 함께 맡았다. '딸기가 좋아' 체험교실은 유치원생에서 초등학교 2학년 정도까지의 어린이에게 하루 일정으로 노래, 춤, 연기를 가르친 후 직접 뮤지컬 제작을 체험해보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인기 가수에서 뮤지컬 제작자로 변신한 유 대표는 어린이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라는 작품으로 평단의 호평과 함께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는 "아이들이 보는 것이라고 해서 만들기 쉽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며 "오랫동안 아이들의 마음속에 남는 뮤지컬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문화 마케팅



문화 예술 비즈니스를 향한 천 대표의 일관된 행보에도 불구하고, 쌈지 (0원 %)의 최근 경영실적은 부진하다. 천 대표는 이에 대해 "꿈을 현실화시키려면 조금 길게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동안 우리 회사와 제휴했던 작가들 가운데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된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쌈지에는 문화 예술을 보는 눈이 나름대로 생겼습니다. 이런 '무형의 자산'이 성숙한 인프라로 쌓였습니다. 이를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 됩니다. 물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보이진 않겠지만, 문화예술을 '보는 눈' 그 자체로 비즈니스가 되는 시점이 곧 다가오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효과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유 대표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저 역시도 돈을 벌기 위해 뮤지컬 제작에 뛰어든 것이 아닙니다. 만드는 것이 좋고, 공연의 완성도를 위한 갈등을 즐깁니다. 여기엔 거짓이 없습니다. 콘텐츠의 본질에 충실하다면 세계 진출도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천 대표는 문화마케팅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인터뷰를 맺었다. "문화마케팅은 좋게 보면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이고, 나쁘게 보면 '무모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모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 쌈지가 만들어 내는 '문화'와 거기서 비롯되는 '아름다움', 그 자체를 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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