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 "잘 쉬어야 일도 잘하죠"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07.07.2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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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부회장, '휴가' 적극 쓰도록 권장...직원들 '환영' 분위기

LG상사 (29,750원 ▼500 -1.65%)에 근무하는 김모 대리는 올 여름 휴가로 이달중에 3일을 쓰기로 했다. 특별한 계획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일정상 보다 효율적으로 휴가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리가 이번달에 택한 휴가일은 18일, 19일, 20일. 17일이 제헌절이고 21일과 22일이 토, 일요일이다 보니 6일을 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다른 회사 직장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김 대리는 9일간의 꿀맛 같은 휴가를 보냈다. 징검다리 연휴에 낀 근무일의 경우 휴무일로 하기로 회사가 올해부터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근무일인 16일 월요일도 휴무일이 돼, 14일부터 22일까지 재충전할 수 있었다.

회사 방침에 따라 휴가일을 최대한 늘일 수 있다고 해도 직장 상사나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김 대리는 올해만큼은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휴식'에 대한 사내 인식이 올해부터 바뀌었기 때문이다.



인식 전환에는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의 소신이 강하게 작용했다.

올 초 LG상사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구 부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잘 쉬어야 업무 효율도 높아지고 동기부여도 된다"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취임 후 처음 열렸던 전사 조회에서도 "충분히 쉬어야 좋은 아이디어도 나올 수 있다"며 '휴테크(休tech)'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징검다리 연휴 사이 있는 근무일은 휴무일로 정했다. 올 들어 두차례 이런 경우가 있었다. 석가탄신일 다음날 금요일인 5월 25일과 제헌절 전날 월요일인 7월 16일 휴무일이 됐다.


또 사내에서는 이런 분위기에 맞춰 '연차휴가'를 '리프레시 휴가'로 자연스럽게 부르게 됐다. 휴식을 '재충전'으로 보게 된 것이다. 또 직원들이 상사 눈치를 보지 않고 쉴 수 있도록 임원들에게 솔선수범해서 휴가를 보내도록 권장하고 있다.

낯선 제도에 시행 초기에는 집에서 시간을 떼우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시간을 알차게 쓰기 위해 대다수의 임직원들이 미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22일 LG상사 관계자는 "평일 5일을 휴가로 쓰게 되면 통상 9일을 쉴 수 있지만 일정만 있다면 그 전 금요일이나 그 다음주 월요일까지 휴가에 붙일 수 있도록 사내에서 권장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은 업무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느끼고 있어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구 부회장의 올해 휴가는 어떨까. 구 부회장은 이달 말에 5일 휴가를 잡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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