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대북사업 "컴백"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7.07.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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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북측 안내원들로부터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근황을 묻는 질문을 더러 받게 된다.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보다도 '김윤규 선생'이 북측에 더 깊이 각인돼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번에 그 '김윤규'가 대북사업 마당으로 돌아왔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추진했던 대북사업의 제2인자였던 김윤규 전 부회장이 자신의 회사인 아천글로벌코퍼레이션(이하 아천)을 통해 독자적인 대북사업에 나섰다. 2005년 10월 대북 사업 관련 개인비리 혐의로 현대그룹을 떠난 지 20개월 만이다.



그의 현재 직함은 아천 회장. '아'는 감탄사고 '천(天)'은 하늘을 뜻한다. 대북사업은 하늘의 뜻이라고 한다. 아천의 '김 회장'은 19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한과의 육상을 통한 교역을 개시한다고 선언했다.

김 회장의 회사인 아천은 북한의 농산물, 수산물, 약재, 산채류, 식료가공품 등 각종 상품을 동해와 서해 지역의 남북연결도로를 통해 교역하게 된다. 이를 위해 아천과 북한은 개성과 고성 지역에 남북이 공동으로 농수산물 유통센타를 건설해 운영키로 합의했다.



아천의 북측파트너는 조선아태평화위원회(이하 아태위원회). 아태와의 합의에 따라 지난달 21일 북한에서 양식한 철갑상어가 동해쪽 육로를 통해 시범적으로 남측에 반입됐으며 이날 고사리를 비롯한 농토산물(트럭 7대분)이 개성을 통해 육로로 남한으로 들어왔다.

아천은 육로를 통한 남북교역 이외에 중동지역 등 제3국 건설시장에 북한 기능 인력을 파견하는 사업과 부산, 울산, 포항, 진주, 마산, 창원, 제주 등지에 북한의 동해바다 모래를 채취 운반해 공급하는 사업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아천측은 또 국내 중견 건설업체를 인수해 북측과 공동사업을 해 나가고 개성시내 중심부에 400평 규모의 상업용지를 분양 받아 업무용 빌딩을 건설해 애니메이션과 그래픽 사업도 벌여 나갈 방침이다. 김 회장은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측근에 따르면 그는 현대그룹을 떠나면서 입은 심적 타격으로 한동안 칩거하며 대외활동을 삼갔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독자적인 대북사업을 준비했으며 현재 아천에는 현대아산의 육재희 전 상무, 김창기 전 상무 등이 합류해 있다.

이 같은 김 회장의 독자적 대북 활동은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최승철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과 아태위원회가 큰 힘이 됐다. 특히 아태위원회는 김윤규 회장이 현대아산에서 물러날 때 "원상복귀하지 않는다면 현대와의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했었다.



김 회장을 축출했던 현대그룹은 김 회장의 독자적인 대북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비리 혐의로 회사를 떠난 그가 현대아산 재직시의 북한 인맥과 대북사업을 위해 기획했던 내용 등을 가지고 대북사업을 한다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천 관계자는 "농수산물 교역이나 모래 채취 등은 여러 대북사업체에서 하고 있는 것"이라며 "김 회장은 기본적으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이 잘 되기를 바라고 현대아산과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번 육로교역을 시발로 개성과 고성 지역에 대규모 농수산물 유통센타를 건설해 남북간 유통체계를 확립해 국제경쟁력을 높여 세계시장 진출교두보를 만들 것"이라고 야심을 밝혔다.



대북전문가들은 김 회장이 갖는 대북사업의 비중에도 불구하고 아천의 역할에는 일정 정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측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는 하나 아천의 자금력이나 기업규모로 볼 때 현대아산과 같은 수준의 활동을 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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