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종이 한미증시 동조화를 이끈다(1)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 2007.07.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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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의 시황분석]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한국 주식시장에 옛 친구가 다시 찾아왔다. 2000년 이후 전통적으로 동조화 추세를 보여왔던 미국증시와 한국증시는 최근 다시 동조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을 선두로 한 이머징마켓의 강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지난해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조선, 운송, 철강, 기계, 화학 등 소위 '중국 관련주'로 분류되던 업종과 종목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지난 6월 이후 중국시장과의 주가상관성이 크게 줄어들면서 옛 친구 미국증시와의 동조화가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 지난 1/4분기에 조정국면을 탈피할 때도 한국증시와 글로벌증시의 동조화는 강하게 나타났었다. 그런데 6월 이후 지수확장국면에서는 중국증시와의 동조화 고리가 크게 약화되고 있다. 현재 한국증시와 미국증시(다우지수)의 상관계수는 0.71로 높은 상관성을 보이고 있으나, 일본증시(니케이지수)는 0.34로 크게 떨어졌으며, 중국증시(상해지수)는 -0.35로 사실상 역상관 수준으로 하락했다. 물론 이러한 동조화 양상 변화에는 기본적으로 글로벌경기의 변화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선진국경기의 회복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개도국경기의 상승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주식시장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IT업종이 한미증시 동조화를 이끈다(1)


중국증시와의 디커플링(De-Coupling), 그리고 미국증시와의 커플링(Coupling)에는 업종별 강세변화가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이후 한국증시의 강세를 담보했던 외부적 성장엔진은 이머징마켓의 성장이었다. 특히 중국경제의 성장은 소재, 자본재, 산업재를 공급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수요성장의 요소였다. 이러한 외부적인 성장요소는 기업들의 이익성장으로 이어졌고, 궁극적으로 주가상승의 원동력이 되었다.



실제로 '중국 관련주'로 분류되는 철강, 기계, 운수장비(조선), 운수창고(운송)는 올해이후에만 평균적으로 76%가 상승했다. 그런데 6월 중순 이후 이러한 상승흐름에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6월까지 중국증시(상해지수)와 한국의 '중국 관련주'는 강한 동조화를 보였으나 중국증시 과열에 대한 우려로 중국시장이 가파른 조정흐름을 보이게 되면서 급기야 6월 중순 이후에는 디커플링되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증시는 고점대비 약 10% 하락한 반면 한국의 '중국 관련주'는 추가로 약 20% 상승함에 따라 기존의 동조화 등식은 성립되지 않게 됐다.

한편, 이와 상반되게 한국시장의 IT업종이 6월 이후 강세로 돌아서면서 IT업종 의존도가 높은 대만증시와의 동조화가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한국 IT업종과 대만증시의 상관계수는 0.66으로 5월말 -0.53과 큰 차이를 보이며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 이는 6월말 이후 한국 IT업종의 강한 상승세와 IT중심의 대만증시가 동조화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한국증시 내에서의 주도주 변화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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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목하는 한국과 미국의 동조화의 중심에는 미국시장 강세가 자리잡고 있다. 즉, 미국시장의 강세에 한국증시가 동조화되면서 새로운 상승국면을 이끌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렇다면 미국증시 강세의 배경에는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가?

당사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경기호전 가능성이 미국시장의 강세를 이끌고 있다고 판단한다. 비록 최근에는 금리인상 가능성과 긴축에 대한 우려가 주식시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경기상승에 따른 그림자일 뿐 본질적으로 추세를 변화시킬 요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실제 2000년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경기흐름과 궤적을 같이 해왔다. 즉, 경기선행지수의 추이와 주가변화율의 추이가 거의 일치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가 반전했던 2001년 911테러 이후 6개월간, 그리고 2003년 3월 이후 1년간 경기와 주가의 동행이 확인된 바 있어, 최근 미국의 경기선행지수의 상승반전 가능성이 미국시장 강세를 설명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시장 강세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나스닥시장의 강세이다. 최근 나스닥시장이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갱신하는 등 미국증시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지난 3~4월의 강세국면 초반에서도 나스닥시장이 미국증시를 먼저 이끌었다는 점과 이번 반등과정에서 나스닥이 6년간의 최고치를 갱신했다는 점 등은 새로운 강세국면의 출현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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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가 미국 주식시장의 강세, 특히 나스닥시장의 강세를 주목하는 이유는 2000년 이후 나스닥시장이 강세국면으로 진입한 시기가 진정한 의미에서 미국증시가 강세장(Bull Market)으로 진입한 국면이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소위 '구경제 주식인 전통 제조업종'이 강세를 이끌어 온 상황에서 IT업종이 집중적으로 포진한 나스닥시장의 강세는 곧바로 미국증시 전체의 강세국면을 의미한다.

실제로 2005년 이후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상관성이 극도로 높아졌던 시기인 2005년 12월 이후 3개월간, 2006년 11월 이후 2개월간은 미국증시 전체가 강세국면이었던 시기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6월 이후) 이들의 상관성이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현재 이들 지수간의 상관계수는 모두 0.8 이상의 수준으로 최근 3년동안 최고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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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시장간 밸류에이션(Valuation)의 변화이다. 과거 미국시장에서 주가수익배율 배수(PER Multiple)은 언제나 나스닥시장이 높게 받아왔으며, 이는 성장성에 대한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한 결과로 보여진다.

그러나 기존 주식시장(다우지수 혹은 S&P500지수)의 성장이나 나스닥시장의 위축으로 밸류에이션 간격(Valuation Gap)이 좁혀질 때마다 성장성에 대한 프리미엄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2001년 2/4분기부터 2년간, 그리고 2003년 2/4분기부터 1년간의 경우처럼 평균적인 밸류에이션 간격(Valuation Gap)인 11배 수준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스닥시장(혹은 IT업종)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진행중인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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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종(나스닥시장)의 강세는 미국 주식시장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연초 이후 언더퍼폼(Underperform)하던 MSCI IT업종지수가 MSCI 전세계지수를 지난 6월 중순 이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는 IT업종의 강세가 미국이나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IT업종의 강세는 기본적으로 경기변화를 바탕에 깔고 있다고 판단한다. 즉, 그동안 세계경제는 이머징마켓의 급속한 성장 속에 유럽, 일본 등 Non-US 지역의 꾸준한 성장, 미국경제의 성장둔화 등 성장축이 다원화되어 왔다. 특히 지난해 이후에는 G7 등 선진국경제의 경기둔화 속에 브릭스(BRICs) 등 이머징마켓의 가파른 성장이 세계경제의 성장불균형을 가져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면서 이머징마켓의 성장세 둔화와 선진국경기의 반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결국 선진국수요가 높은 IT업종의 전세계적인 강세는 선진국 경기회복 가능성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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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인 IT업종의 강세는 사실 주요부품 가격의 변화에서 먼저 찾아왔다. 부품가격의 변화율로 보면 가장 먼저 NAND(4G Spot price) 가격의 반전이 발생했다(2007년 2월). 이는 2006년 초 32.6달러에서 3.5달러까지 무려 89%가 하락한 후 상승반전한 것이었다. 이후 LCD(17.0" SXGA(Monitor))가격이 3월에 반전했는데, 이 역시 153달러 수준에서 100달러 수준까지 34% 하락한 후에 발생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DRAM(512Mb 64Mx8 533MHz) 가격이 5월 중순에 반등해(2006년 초 11.1달러에서 1.7달러까지 54%하락한 후 반등) 사실상 IT핵심부품의 가격반전이 완성됐다. 결국 이러한 IT핵심부품의 가격반전이 세계 IT업종 강세의 촉매제가 되었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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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에서 반도체기업들의 주가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DRAM가격의 변화추이는 거의 일치하고 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DRAM 가격에 선행 혹은 동행하여 글로벌증시 및 세계 IT업종에 의미있는 바로미터를 제공하고 있다. 2005년 2/4분기와 2006년 3/4분기에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DRAM 가격이 동행했지만, 2005년 4/4분기와 2007년 1/4분기 이후에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DRAM가격에 선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 6월 이후에는 DRAM 가격이 강하게 반등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의 동행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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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글로벌 IT업종의 강세가 한미증시 동조화를 연결하는 사실상 중요한 고리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이 사상최고치를 연일 갱신하면서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6월말 이후 미국증시의 강세도 두드러져 다우지수의 사상최고치 경신 및 나스닥시장의 2001년 이후 최고치 경신이 발생하는 등 동조화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2007년 6월말 이후 한국과 미국 주식시장의 업종별 상관성을 보면 IT업종의 상관성이 0.81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MSCI 기준). 이는 지난 2006년 8월 이후 강세국면에서 한미 IT업종의 상관계수가 역상관(-0.50)으로 나타났던 것과 올해 3월 이후 거의 무상관(-0.14) 수준으로 나타났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중요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서 한국과 미국의 IT업종의 높은 상관성이 사실상 현재 한국과 미국증시의 동조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2006년 이후 두 번의 상승국면에서 한국과 미국의 IT업종 수익률은 서로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2006년 8월 이후 상승국면에서 미국 IT업종이 시장대비 크게 아웃퍼폼(Outperform)한 반면 한국 IT업종은 시장대비 크게 언더퍼폼(Underperform)했다. 이는 2007년 3월 이후 상승국면에서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6월 중순 이후 상승과정에서는 미국 IT업종과 함께 한국 IT업종이 시장대비 아웃퍼폼(Outperform)하고 있어 과거와 달리 한국 주식시장에서 IT업종이 선도업종으로서 부상할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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