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암초에 부딪힌 개량신약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7.07.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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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약 가격인하·개량신약 심사강화 '악재'

개량신약(슈퍼제네릭)이 오리지널 약품의 약가인하 공세와 정책 당국의 심사강화라는 두 가지 암초에 부딪혔다. 지금까지 제약회사들은 오리지널약을 약간 변형한 개량신약으로 적잖은 매출을 올려왔다.

지금까지 국내 제약사들의 개량신약의 가장 큰 무기는 오리지널약에 비해 향상된 성능과 저렴한 가격이었다. 특히 오리지널약의 60~70% 수준인 저렴한 가격은 오리지널약 시장을 잠식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최근 일부 다국적 제약회사가 개량신약 출시에 맞서 오리지널 약을 인하하는 맞불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한국애보트가 최근 대표적 비만치료제 ‘리덕틸’의 가격을 43%나 인하했다. 회사 측은 환자의 비만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의 해석은 다르다.

리덕틸의 가격인하는 한미약품 (31,050원 ▲250 +0.81%)이 내놓은 리덕틸의 개량신약 ‘슬리머’의 출시 시기에 맞춰 단행됐다. 때마침 대웅제약 (102,400원 ▲900 +0.89%), 종근당 (53,900원 ▼600 -1.10%), 유한양행 (80,900원 ▲1,600 +2.02%), CJ (121,500원 ▲300 +0.25%) 등 국내 상위 제약사들의 리덕틸 개량신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품목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회사 한 관계자는 "한국애보트가 리덕틸의 개량신약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시장을 지키기 위해 ‘가격인하’라는 극약처방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비만치료제 시장에서는 개량신약의 성장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리지널약의 적극적인 대응과 국내 제약사들간의 과당 경쟁 등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개량신약이 성공을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정책당국의 '개량신약' 인정 범위가 까다로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약효의 큰 개량 없이 약품 용해도를 높이는 데 쓰이는 성분인 염만 바뀌어도 개량신약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서 정책당국의 개량신약에 대한 인정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신약에 대한 특허보호가 강화되면서 오리지널제품에 비해 확실한 성능 개선효과가 있을 경우에만 개량신약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이 선회했다. 최근 한 제약사가 염을 변경해 신청한 개량신약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비급여 판정을 받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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